일부 은행은 아예 상품 자체를 출시하지 못했거나, 상품을 출시한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실적이 없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지난 7월 5000억원을 목표로 출시한 뿌리기술기업 전용 대출상품 이용액은 546억원(10.6%)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앞선 4월 중소기업청과의 업무협약에 따라 중기청 추천 기업 대출 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중기청 재창업 기업 지원 사업'도 실적이 3건(3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이 대한상공회의소의 추천을 받은 중소기업에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KB 대한상의 우대대출'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실적이 없는 상태다.
외환은행은 8월 중기청과 '금리우대 및 수출환어음 매입환가료 우대 프로그램'에 관한 MOU를 맺었지만 아직 대상 업체를 선정 중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섭외 대상 명단을 만들어 접촉하고 있고, 3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간을 고려하면 11월 이후에는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 대통령을 의식해 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부 은행의 대출 실적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의 '여성 벤처기업 지원 사업'은 지난 4월 여성가족부와의 MOU 체결 이후 55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기업은행의 '여성기업을 위한 대출' 역시 실적이 245억원으로 목표액 달성률이 16.3%에 그쳤다.
은행장이 직접 나서 공언했던 중소기업 대출 확대도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경우 올해 중소기업에 7조6000억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신한은행의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3조2000억원 증가했다.
윤용로 행장이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3조원 늘리겠다고 밝혔던 외환은행의 같은 달 중소기업 대출잔액도 1조6000억원 늘었다.
은행들은 지난 5월 중기청에 올 하반기 중소기업 대출을 20조원 늘리겠다는 방침을 전했지만, 7~8월 대출 증가액은 5조원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높거나, 담보를 제공한 중소기업에만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금융감독당국의 정책과 달리 중소기업 대출 시 담보를 요구하는 은행권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