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세계 최초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하며 반도체사업 3.0 시대를 열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 업황 개선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은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에는 2010년 이후 10조원대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이 바야흐로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던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이 올해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 올해 들어 반도체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83년 반도체사업에 진출한 이후 10년 단위로 큰 고비를 맞았다. 그때마다 앞날을 내다보는 전략적 판단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1992년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1993년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8인치 웨이퍼를 도입했다.
미국과 일본 업체들은 여전히 6인치 웨이퍼를 고집했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은 8인치 웨이퍼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 1994~1995년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엄청난 수익을 거두며 2위권 업체와 점유율 격차를 크게 벌렸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3년 10월 10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2의 도약시대' 진입을 선언한다. D램 의존도를 줄이면서 낸드플래시 등 플래시메모리 분야를 키우고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진출한다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2004년 35억3100만 달러였던 낸드플래시 매출은 지난해 74억5900억 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0%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다시 10년이 지난 올해 8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하며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D램과 낸드플래시에 이은 반도체 3.0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시장의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고 혁신에 매진한 결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반도체사업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은 2010년 10조1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6조3300억원, 지난해 4조3000억원 등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2조8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반기에는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연간 기준으로 8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증권사 일각에서는 10조원 이상의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10조2000억~10조7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 2010년 이후 4년 만에 10조원대에 다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과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에 따른 공급 감소 등의 호재도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공장 화재로 PC용 D램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모바일용 프리미엄 제품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며 "SSD를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시장도 살아나고 있어 반도체 가격이 장기 상승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