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컨트롤 타워가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앞다퉈 현장방문에 나서는 등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상반기 내내 기업을 옥죄던 경제민주화 대신 투자 활성화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하반기 3%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려는 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업에서도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 화답하듯 하반기 투자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SK, 현대차 등 대기업에서는 소극적이던 투자 계획에서 벗어나 과감한 투자를 위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부산을 방문했다. 하반기 첫 행선지로 부산을 선택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부산역 광장 유세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박 대통령이 부산을 선택한 것은 크루즈 산업과 지방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공식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이 산업현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상반기에 세종시와 대전·충남, 대구 지역을 방문할 때와는 달리 이번 부산 방문은 기업 투자 활성화라는 목적과 의지가 분명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8월 한 달 간 전국의 주요 지역을 돌며 기업투자 현장 등 민생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하반기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직접 강행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정부는 9분기 만에 0%대 성장률을 끊어내는데 성공하면서 고무된 모습이다. 이같은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현 부총리가 최근 박 대통령의 신임을 재확인한 가운데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첫 남부권 1박2일 산업현장 방문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부총리가 이틀 일정으로 현장점검을 하는 것은 역대 장관을 포함해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가 이틀간 뛰는 현장만 모두 7곳, 거리는 1156km이며 전남에서 경남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현 부총리를 포함해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 관료들이 동행하는 대규모 현장방문은 정부가 기업 투자 활성화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한동안 경제민주화로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기업들도 냉랭한 시선을 거둬들이며 정부가 내민 손을 잡으려는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하반기 경영구상을 ‘현장경영’으로 잡고 본격적인 투자 시점을 조율 중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52조원 규모의 투자비를 쏟아부기로 헸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2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의 바램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9조원을 투자했는데 하반기는 이보다 많은 15조원을 쏟을 예정이다. 정부는 삼성의 투자가 하반기 경기회복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 역시 기존에 계획했던 하반기 16조6000억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차는 13조8000억원 투자를 하반기에 집중한다.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한 규모지만 상반기보다 하반기 투자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기업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부총리의 이번 행보는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제 논리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