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개선점이라도 보일테지만 사실상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인도 스스로가 가둬놓은 덫에 갖춰 돈을 들고 들어오는 투자자들을 내쫓고 있다.
인도 중앙정부가 통신과 보험 방위산업 등의 부문에서 외국인투자지분 한도의 철폐 또는 확대를 담은 외국인 투자유치(FDI) 규제완하 방안을 발표한 지난 16일. 장기간 지속돼 온 외국인 투자제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결단이었으나 정작 이날을 전후해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인도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하루 전 포스코가 카르나타카주서 추진해온 53억달러 규모의 제철소 건설사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17일에는 세계 최대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이 오리사주 제철소 건설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도 지난 2년간 벌여온 온라인 보험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을 전했으며, 월마트도 결국 발을 빼기로 했다. 중앙 정부의 안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하지만 인도 경제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2분기 연속 국가 경제 성장률은 5%대에 그쳤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한편, 올 들어 루피화 가치는 7.9%나 급락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난 회계연도(3월 31일 종료)에 인도의 FDI는 21%나 줄었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인도가 여전히 자기만의 길을 고집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정치적 불안정과 불확실성, 불신임 등 ‘3불(不)’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2012년 9월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정부는 대형 소매업자 인도에 직접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나 아직까지 문을 연 업체는 하나도 없다. 너무나 많은 전제조건 때문이다. 카스트 제도로 인해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제약은 물론 프렌차이즈 매장과 공장 건설을 제한하는 규제가 산더미 같다. 특히 28개 주가 제각각인 관련 제도 때문에 사업을 타 지역으로 확대하려면 그야말로 “머리를 쥐어뜯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포스코와 아르셀로 미탈이 제철소 사업을 철수한 배경은 광산개발권과 제철소 부지 매입과 관련해 당초 주 정부가 약속한 내용이 끊임없이 지연된데다가 중앙정부와의 협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특히 부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반대를 제대로 통제하는 데에도 실패하면서 사업이 기약없이 지연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인도가 “큰 그림은 그리지만 세부 조건으로 투자자들을 죽인뒤 한발 물러서는 패턴을 보이는 자멸의 길로 빠졌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세계 최대 가구 소매업체인 스웨덴 이케아는 지난 1월 인도시장 진출을 승인받고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인도정부는 여전히 이케아가 매장 내에 레스토랑을 설치해 음식을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케아는 이를 풀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해결 되지 않고 있다.
인도 진출 기업 관계자는 “인도의 악명높은 나쁜 인프라스트럭처, 즉 융통성 없고 때론 비숙련인 노동력 시장, 불필요한 요식, 공무원 부패 등이 끊임 없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작은 글씨로 모호하게 쓰여진 법 조문과 뉴델리의 아젠다와 조화를 이루려고 하지 않는 인도내 힘 있는 정치인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인도는 중국을 능가할 가능성을 스스로 버리고 있는데, 한국도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로 인해 기업 활동이 제한받을 경우 한국도 인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