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업주단체가 조만간 정부에 연령 기준을 지금보다 낮춰달라고 공식 건의하기로 하면서 공론화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도 어떤 형식으로든 이를 검토하기로 해 이 문제는 10여 년 만에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포털사이트와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를 중심으로 여탕을 출입할 수 있는 남아(男兒)의 나이 기준을 고치는 문제를 놓고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혼 여성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같이 보이는 남자 아이들이 여탕에 들어와 짓궂은 시선으로 장난을 치는 데 불쾌감을 표시하며 나이 기준 개정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 문제를 둘러싼 여론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부적으로 관련 자료를 모으는 등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법적으로 여탕 출입이 가능한 남아의 나이는 지난 2003년 한 차례 손질을 거쳐 당시 만(滿) 7세에서 지금의 만 5세로 낮춰졌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은 목욕실 및 탈의실에는 만 5세 이상의 남녀를 함께 입장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어긴 업주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4~5세 때는 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는 시기로 알려졌다.
한국목욕업중앙회는 이와 관련, 나이 기준을 단계적으로 내려달라고 복지부에 조만간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김수철 사무총장은 “아이들의 발육상태가 좋아진 현실에 맞춰마땅히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면서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니, 우선 현재의 ‘만 5세 기준’에서 ‘만’을 떼어내고 그냥 ‘5세 기준’으로 바꾸자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 5세는 한국 나이로 따지면 6~7세에 해당해 ‘만’을 떼어내면 실질적으로 나이기준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한국목욕업중앙회는 지난 2010년에 이미 연령기준을 낮춰달라는 의견을 복지부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혼 여성과 아이를 가진 엄마, 맞벌이 가정, 조손가정(이혼 증가로 65세 이상 조부모와 만18세 이하 손자녀로 구성된 가정)간에, 그리고 연령별로 서로 입장이 달라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들은 물론,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부처가 모여 이 문제를 다룰 토론자리를 마련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 논의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