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계열사간 CP 돌리기…"증권도 1조 중개…STX외 유일"

2013-07-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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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동양그룹이 비금융 계열사끼리 기업어음(CP)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인 동양증권도 관계사 CP를 해마다 1조원어치 내외로 인수ㆍ중개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거래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STX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지금껏 볼 수 없던 사례로 부도 사태를 낸 웅진그룹조차 계열사끼리 CP를 사거나 팔지는 않았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 7개 계열사(동양ㆍ동양인터내셔널ㆍ동양시멘트이앤씨ㆍ동양에이앤디ㆍ동양온라인ㆍ동양매직서비스ㆍ동양레저)는 2011년 10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23차례에 걸쳐 826억원(누적 기준) 상당 CP를 서로 거래했다.

거래는 주로 동양ㆍ동양인터내셔널ㆍ동양레저가 CP를 발행하면 동양에이앤디ㆍ동양매직서비스ㆍ동양온라인ㆍ동양시멘트이앤씨가 사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뿐 아니라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계열사 상대로 CP를 찍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 CP를 다시 사주기도 했다. 돈이 움직인 흐름만 봤을 때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상호출자와 다를 게 없다.

이같은 내부거래는 STX그룹에서 전월까지 약 3년 간 모두 41차례에 걸쳐 계열사끼리 CP를 돌린 것을 제외하면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서 집계한 2011년 이래 국내 자산총계 5조원 이상인 62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가운데 볼 수 없는 사례다.

동양그룹은 금융사인 동양증권까지 CP 유통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증권은 2012년 1ㆍ2ㆍ3ㆍ4분기 각각 2848억원, 3207억원, 3518억원, 2671억원씩 모두 9840억원어치 계열사 CP를 인수해 3자에 중개했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1분기와 2분기 계열사 CP 인수ㆍ중개액이 각각 3269억원, 1345억원씩 모두 4614억원에 이른다.

CP는 만기가 3년 내외인 회사채에 비해 상환기한이 짧게는 1개월밖에 안 돼 장기적인 자금계획을 짜기 어려운 경우 급한 불을 끄기에 수월하다.

반면 STX그룹을 보면 재계에서 유일하게 계열사끼리 기업어음을 돌리다가 계열사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만큼 동양그룹 CP 또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양그룹ㆍSTX그룹 공통점은 모두 건전성이 악화되는 바람에 재무개선약정을 맺었을 뿐 아니라 외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때마다 주요 계열사가 서로 나섰다는 것"이라며 "단 1개사에서만 부실이 발생해도 기업집단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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