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장슬기 기자= 한 달을 끌었던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8월 초에나 가능할 예정이다.
인선이 지연되면서 CEO가 교체되는 계열사들은 업무 공백을 호소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인사가 8월 초로 넘어갈 것이라는 얘길 들었다”면서 “청와대에서 인사청탁 방지와 세밀한 검증 등을 내세우면서 인사에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말 자회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계열사 CEO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고 교체되는 곳의 신임 CEO 후보군 명단을 계통을 통해 청와대에 올렸다. 하지만 이후 한 달간 인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우리금융 측은 인사지연에 대해 “청와대 답변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계열사는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 총 14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광주은행과 우리카드,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등 9개 계열사의 신임 대표가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신임회장 취임 직후 자회사 인사와 조직개편을 모두 끝낸 KB금융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계열사들은 사의를 표명한 사장들이 계속 출근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신임 사장이 언제 결정될 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업무에 드라이브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선 광주은행은 통상 6월말 실시되는 정기 인사이동이 미뤄졌다. 수익성 악화로 인해 다른 지방은행들이 잇따라 허리를 졸라매거나 보완 수단을 찾고 있지만, 신임 CEO가 나타나기 전까지 영업방향을 정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광주은행의 차기 행장 인선은 계속 지연되다 최근에야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다. 현재로선 김장학 우리금융 부사장과 조억헌 광주은행 부행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순우 회장에게 재신임을 받지 못한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은 공식적인 퇴임 통보를 받지 못해 지주사의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
우리아비바생명 관계자는 “인사와 상관없이 김 사장이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며 “지주에서 인사가 나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이 26일 임기를 끝으로 우리아비바생명의 차기 사장직을 역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고교 동창이라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노조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리아비바생명 노조는 ‘관치금융 낙하산 대표이사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박재완 우리아비바생명 노조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는 6~8개월의 짧은 임기 중 회사 매각을 위한 구조조정에만 매진할 것”이라며 “보험이론과 감독관리만 해왔던 사람이 영업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카드 분사와 함께 취임했다가 3개월 만에 중도 하차한 정현진 우리카드 사장도 ‘애매한’ 출근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카드는 업계에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CEO가 공석이 되면서 업무 혼선을 빚고 있다. 현재 우리카드의 차기 사장으로는 유중근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은 오는 27일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는 전 계열사 CEO와 임직원 및 부점장급 직원 25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지주사 측은 회의 전에 인사가 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인선이 달을 넘기면 해당 계열사는 고위 임원이 대참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