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찾아 본 '관치'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관치 금융'이라는 단어는 없다. 지난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박정희 정권에서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하면서 이 단어를 탄생시켰다. 민간 금융기관을 국가가 직접 관리한다는 의미의 조어다.
최근 들어 이 단어가 유독 자주 들린다. 군사정권의 단어가 박근혜정부 아래서 다시 몸집을 키우는 듯하다. 과거의 망령이 부활하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는 과대망상일까.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6월 취임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계열사 사장 인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공석인 곳만 9곳에 달한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은 청와대 승인이 나야 하는데 재가가 미뤄지고 있다고만 답하고 있다. 덕분에 계열사들의 업무도 게걸음을 걷고 있다.
KB금융도 내홍을 겪긴 마찬가지다. 앞서 관료 출신인 임영록 사장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관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엔 외부 출신을 국민은행장으로 앉히면서 금융당국 고위 인사의 개입설 등으로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출범 4년만에 문을 닫고 산업은행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산된 정책금융 때문에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금융권에서는 각종 해석이 난무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을 흔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행태인지 묻고 싶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최근의 사태가 관치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상황이 어떻든 정작 책임은 아래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만 지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관치로 우리 금융산업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