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그립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보았다. 왼손과 오른손의 역학적 관계에 따라 인터로킹, 오버래핑, 오리지널 바든 그립이 있고 클럽이 왼손에 놓이는 위치에 따라 위크, 뉴트럴, 스트롱 그립이 있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어드레스 자세에서 샤프트와 팔이 이루는 각도가 달라짐을 보았다.
그립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살펴 본 이유는 골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그립이며 ‘그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의 신체적 조건과 스윙형태에 가장 적합한 그립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실에 덧붙여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클럽에 꼽혀 있는 그립이 립드(ribbed)인가, 라운드인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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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드 그립.단면
아래쪽(6시방향)이
평편하다 |
상당한 구력을 가진 골퍼들도 자신의 클럽에 꼽혀 있는 그립이 립드 그립인지 라운드 그립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립을 잘라서 그 단면을 살펴보면
사진과 같다. 좌측 그립은 안쪽이 완벽하게 둥글지 않고 한쪽에 평편한 부분이 있다. 이 그립을 둥근 샤프트에 꼽으면 이 평편한 부분이 샤프트의 둥근 면과 접촉하면서 바깥쪽으로 밀려나오게 된다. 그래서 이런 그립을 잡아 보면 그립이 완전히 둥글지 않고 한쪽이 볼록 튀어나왔음을 알게 된다. 이것이 마치 갈비대(rib)처럼 그립 길이방향으로 쭉 박혀 있다고 해서 립드 그립이라고 한다. 라운드 그립은 그런 것이 없이 그냥 둥근 그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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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그립. 단
면이 원형이다. |
립드 그립은 방향성이 있으므로 클럽에 꼽을 때는 립 부분이 아래쪽(6시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립드 그립의 장점은 립이 손바닥의 특정 부위에 닿도록 할 수 있으므로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그립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클럽에는 립드 그립이 꼽혀 있다. 라운드 그립이 꼽혀 있는 클럽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렇지만 웨지의 경우는 좀 다르다. 아이언세트에 따라오는 웨지는 아이언의 그립과 같은 것이 꼽혀 있지만 별도로 판매되는 웨지에는 라운드 그립이 꼽혀 있다. 웨지의 페이스를 오픈해서 사용할 때는 그립을 돌려서 잡아야 하므로 립드 그립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라운드 그립이 장착된 클럽이 급속히 늘었다. 메이저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출시한 드라이버들이 그렇다. 렌치를 이용해서 헤드와 샤프트의 연결을 풀고 샤프트를 돌려서 원하는 세팅에 맞출 수 있도록 디자인된 드라이버들은 샤프트를 돌리면 립의 방향이 바뀌므로 립드 그립을 장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모두 라운드 그립이 꼽혀 있다. ‘X 핫’ ‘레이저 핏’(캘러웨이),‘앰프 셀’ ‘ZL 앙코르’(코브라), ‘VRS 코버트’(나이키), ‘R1’ ‘RBZ’(테일러메이드), ‘913’(타이틀리스트) 등이 그런 드라이버이다.
평소에 립드 그립을 쓰던 골퍼가 이런 드라이버를 구입해서 쓰면 그립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는 일단 본인이 원하는 세팅을 한 다음 그립을 립드로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골프칼럼니스트 (WGTF 티칭프로·음향학 박사)
yjcho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