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명품업체들의 콧대가 폭삭 주저앉았다.
실적 악화로 백화점에서 퇴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한편, 자발적 철수·폭탄 세일 등 연일 굴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으로 중산층이 선호하던 매스 명품의 시대가 저물고 일부 초고가 브랜드만 살아남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버버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10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38.8% 감소했다.
구찌그룹코리아의 지난해 매출도 2826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461억원에서 301억원으로 34.7% 하락했다.
페라가모코리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92억원과 143억원으로 각 9.0%, 12.8% 감소했다.
프라다코리아만 유일하게 지난해 순이익이 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2011년) 증가율 64.2%에는 크게 못 미쳤다. 올 초 단행된 가격인상 효과를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계소비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명품업계도 슈퍼리치를 겨냥한 일부 하이엔드(초고가) 브랜드만 생존할 수 있는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긴 불황으로 국내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명품 역시 초상류층을 겨냥한 초고가 제품과 매스로 양극화되는 추세"라며 "중산층이 주로 선호하던 100만원대의 구찌·프라다·버버리 등은 이미 상위 1%가 추구하는 명품 대열에서 비껴난 지 오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간급 명품 브랜드와 달리 주력 제품 가격대가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샤넬 매출은 14~20%, 에르메스는 7~10%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까르띠에·파텍 필립 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보석류의 매출도 해마다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성숙해지면서 과시용 소비보다는 합리적 가격대의 준명품을 찾는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의견도 등장한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로고가 전면에 등장했던 과거 명품들의 시대가 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낸시곤잘레스·맥큐 등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무장한 희소성 있는 브랜드들이 인기"라고 전했다.
이어 "해외 직접구매·편집숍 등 수입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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