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커피전문점에 대한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에 의거, 동일 브랜드끼리 500미터 내 출점 금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외식업종과 같은 중소기업적합업종(이하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강도 높은 규제가 이뤄져 커피전문점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등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잇따른다는 주장이 일면서 이들의 대변인인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동반위에 커피전문점도 중기적합업종 신청을 곧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이 적용되고 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모범거래기준에 따라 카페베네·엔제리너스·탐앤탐스·할리스커피·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동일 브랜드간 500미터 이내 출점이 금지됐다.
이는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에만 적용된다. 때문에 스타벅스·커피빈과 같이 직영점 체제로 운영되는 외국계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500미터 이내 출점 금지 룰이 있지만 직영점은 전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기업 VS 자영업자' 강남역 일대 전쟁터 방불
규제가 느슨하다보니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간의 경쟁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의 번화가인 강남역 일대는 전쟁통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강남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700미터을 구간(신논현역 사거리-우성아파트사거리)의 커피전문점 시장을 조사한 결과, 110여개의 커피전문점이 프랜차이즈 및 대기업 직영 브랜드이고 70여개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영업장으로 나타났다.
제과점 및 패스트푸드점들이 최근 커피전문점과 같은 카페형으로 운영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프랜차이즈 및 대기업 직영 브랜드는 46개가 더 늘어난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자영업자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이다.
특히 직영점만 운영돼 출점 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계 커피브랜드 커피빈은 10개로 가장 많았고, 스타벅스가 8개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엔제리너스커피(7개), 카페베네(4개) 등도 다수 운영되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12년동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최모씨(54)는 5~6년전만 하더라도 "수익이 괜찮았다"며 "하지만 갑자기 대기업 브랜드 커피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높은 월세를 감당 못하고 하나둘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될라 … 업계 대책마련 고심
커피전문점의 난립으로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커피·햄버거·피자·커피업종 등에 대해 중기적합업종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 이사회 결의를 통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커피전문점이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될 경우 상당히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근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된 외식업종의 경우 역세권 100m 이내에만 출점을 허용하고 그외 지역은 출점을 금지토록 했다. 사실상 사세 확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커피전문점도 이같은 수준의 규제가 이뤄질 경우 막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커피전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커피 판매가 사실상 객단가가 높아 영업이익률이 가장 좋은 사업 중에 하나"라며 "하지만 커피사업에 대한 제재를 받게되면 기업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커피전문점들은 지방 상권이나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수익창출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형편이다.
롯데에서 운영하는 엔제리너스와 CJ푸드빌의 투썸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국내 커피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싸움이 소요되는 해외 사업에서 얼마나 자금을 투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카페베네가 블랙스미스(레스토랑), 마인츠돔(제과점) 등을 운영하는 것과 같이 신사업에 진출이 해결책이라고 하고 있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