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가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A 증권사 증시전망은 하반기 다른 증권사 증시전망과 어떻게 다른가”라고 질문한 일이 있었다.
이 센터장은 “우리 회사 투자전략팀장은 다른 증권사 보고서를 잘 안 본다. (그래서 저도 잘 모르겠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전략으로도 충분하게 분석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B 증권사 연구원과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기자가 “혹시 C 증권사가 내놓은 보고서를 읽어봤나. B 증권사 전망과 다소 다르다”라고 묻자, 그는 “다른 증권사 보고서를 왜 나한테 묻냐”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다른 연구원이 어떤 관점으로 분석했는지, 자신이 쓴 보고서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읽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질문한 기자가 되레 무안했다.
물론 증권사 보고서는 증권사 연구원 자신의 논리와 분석을 토대로 작성한다. 다른 증권사 보고서를 보지 않는 것을 무작정 질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증권사 연구원 스스로 ‘완벽한 보고서’를 썼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보고서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보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 본인 주관을 뺀 채 정확한 데이터만을 가지고 썼다고 주장해도 그 데이터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관이 담기기 마련이다.
특히 자신과 다른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편협한 논리로 빠지기 쉽다. 이는 틀린 것도 틀렸다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단으로 가는 길이다.
시장에서 ‘증권사 보고서 예상이 틀렸다’,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전망이 다르다’는 등의 계속된 지적에도 증권사 연구원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른 증권사 분석과 직접 비교하며 쓰는 종전에 없던 형태의 보고서가 이제는 필요해 보인다. 서로 비방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을 하자는 것이다. 상호 소통하는 증권사 연구원의 열린 자세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