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멸·폭력·노동·무지…. 칠흑같던 암흑 속에서 그의 말은 한 줄기 빛이었다. 남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은 잔인한 운명으로 고통받게 만드는 것이다. 폭력과 탄압을 평화로 투쟁했던 인권운동가, 인종차별을 몸으로 막아냈던 그는 아프리카 민주화의 상징 넬슨 만델라다.
그의 말은 단순한 허상이 아니란 걸 그는 몸소 보여줬다. 착한 머리와 가슴에 강철 같은 의지와 필요한 기술만 있다면 어떤 불행도 승리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와 종신형 선고, 27년의 수감생활에도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수감 중인 그는 모든 남아프리카 흑인들의 좌절된 염원이었기 때문이다. 흑인으로서 최초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평등선거에서 흑인 최초의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역경을 보란듯이 헤쳐낸 그는 아프리카 국민들의 아버지다.
그런 그가 현세의 끝자락에 서 있다. 폐 감염증 재발로 입원한 지 한 달, 하루하루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식물인간 상태이며 생명유지장치를 끄도록 권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가족을 비롯한 남아공 국민들은 담담히 이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마음놓고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권을 비롯해 가족간 흙탕물 싸움에 편히 눈을 감기 어려울 것이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과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부패와 파벌 문제가 심각한 데다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델라를 볼모로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만델라 가족도 사후 장지를 둘러싸고 법정공방을 불사하고 있다. 실제 출생지인 음베조와 만델라가 지목한 마을 쿠누를 두고 가족간 다툼이 커지고 있다. 만델라가 했던 말은 누구보다 가까웠던 지인들에게 필요한 얘기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