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중기에 계열사 내부거래 물량 푼다"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간 내부거래 물량을 중소기업과 나누겠다는 '통큰' 결정을 내렸다.

롯데그룹은 3일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축소하고 해당 물량을 중소기업을 포함한 외부 기업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물류·SI(시스템통합)·광고 등의 업종에서 그룹 오너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일감을 독식하며 성장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롯데그룹은 우선 대기업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물류·SI·광고·건설 등 4개 부문에서 연간 35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나눌 계획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물류 1550억원, SI 500억원, 광고 400억원, 건설 1050억원 규모다.

물류 분야에서는 롯데로지스틱스에서 발주해오던 그룹 내 유화사들의 국내외 물량 전액을 경쟁 입찰로 전환키로 했다.

광고 분야에서는 주요 계열사들의 광고 및 전단 제작을 경쟁 입찰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홍기획에서 맡아오던 롯데백화점 TV 광고와 롯데제과 자일리톨껌 등 일부 제품의 광고가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게 된다. 롯데백화점 전단 제작 역시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한다.

SI와 건설 분야에서도 롯데정보통신과 롯데건설이 맡아오던 계열사 일감 일부를 외부 업체에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회사의 기밀이나 보안에 관련돼 있거나, 경영상의 비효율이 발생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롯데그룹 측은 "내부거래를 축소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일감 나누기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며 "우선 4개 부문의 일감 개방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그 규모 및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법으로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불가능했지만, 이번 개정법이 통과됨에 따라 경쟁사에 영향이 없더라도 처벌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