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 등록금 왜 비싼가 했더니…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대학들이 학생 등록금으로 직원 개인이 부담해야할 복지 비용을 댔다.

전체 사립대학들이 사학연금, 개인연금, 건강보험료 등의 개인부담금 2000여억을 학생 등록금의 60%로 충당하는 교비회계에서 대납해 준 사실이 적발됐다. 이 금액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데 쓰일 수 있었다.

교육부가 최근 전문대와 사이버대를 포함한 전국 39개 대학을 대상으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지급 현황’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대학들 모두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등 1860억원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문제로 이미 조치를 취한 5개 대학까지 확대할 경우 금액은 2080억원에 달했다.

전체 대납 금액의 70%정도가 교비회계에서, 나머지는 법인회계나 부속병원회계에서 지급됐다. 44개 대학이 최근 3년간 교비회계에서 대납한 금액은 연평균 270억원이었다.

개인부담금은 말 그대로 교직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지만 이들 대학은 단체협약이나 내부 규정, 이사회 의결을 근거로 사용자인 대학이 내줬다.

특히 현행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 따르면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은 교직원 개인이 월급의 7%를 연금으로 납부해야 하나, 대부분 대학들이 노동조합과의 임금 단체협약에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대납해 주는 대신 임금을 동결하기로 약속해 등록금 인상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학 당국의 위법적인 대납 관행은 적발된 대학의 90%가 2000년 이후 시작됐지만 1993년부터 20년간 개인 부담금을 교비회계에서 내준 사례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잘못 지급된 돈을 회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부 법률 조언을 구한 결과 단체 협약 등으로 이미 지급한 돈을 회수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해당 대학들에게 개인부담금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기관경고도 했다. 또 기관장과 주요보직자 등 관련자에게 징계도 내렸다.

향후 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관계 법령 개정을 통해 개인부담금의 지급 주체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