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의 말인 새삼 실감나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 지수를 보면 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고공해진했던 닛케이지수가 지난 23일 7.3% 폭락하자 전세계 투자자들이 시장의 왜곡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장을 주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일본은 하락장으로 반전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깨닫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불안정한 도쿄 증시로 인해 시장 붕괴를 경고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니버사의 마크 스피츠나젤 사장은 “시장이 비정상적이고 왜곡돼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니버사의 나심 탈레브 이노코미스트는 이를 “검은 백조 헤징”이라고 표현했다. 검은 백조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한번 터지면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다는 말이다.
스피치나젤 사장은 “닛케이 지수의 이 같은 혼돈이 되풀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 6개월 내 20% 이상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닛케이 지수는 연초 대비 50%이상, 전년대비 70% 가량 급등했다.
연준과 일본은행(BOJ)은 경기 부양을 위한 펌프질은 이어졌다. 연준은 매달 85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유지했고 BOJ도 기존에 풀었던 자금을 2배 이상 확대했다. 그러나 이들이 주도된 상승장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컨버즈엑스그룹의 니컬러스 골라스 수석 전략가는 “연준에 의해 상승장이 주도돼왔으나 시계추가 되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금 회의와 낙관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며 “뒤집어 말하면 그동안 상승장 뒤에 다른 것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삭소 캐피털 마켓의 닉 비크로프트 선임 시장 전략가는 “닛케이 지수가 5~10% 더 떨어지고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경기 회복세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연준과 일본은행 등이 조기 출구 전략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로 지역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상승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씨티그룹의 아시라프 라이디 글로벌 전략 책임자는 “단기적인 하강이 예상되지만, 유럽 증시가 기본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중앙은행들이 지난 8-9개월 구축해놓은 상승 기조가 지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