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깨진 '아베노믹스'… 한국증시 되레 '밝다'

2013-05-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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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일본에서 아베정권 들어 유지해오던 '엔화 약세-주가 강세'의 조합이 무너졌다. 일본 증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및 중국 경기 우려, 국채금리 급등 등으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를 떠받치던 엔화 약세도 지난주를 고점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의 상승 기대감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 북한 위협 등 증시를 옥죄던 악재들이 조금씩 풀어지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 아베노믹스의 종말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아베노믹스가 한계를 맞았다. 일본 증시가 지난 23일 7% 이상 폭락하면서 이를 증명했다. 닛케이 225지수는 폭락 다음날 반등을 시도했으나 0.27% 오르는데 그쳤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넘어서면서 시작됐다. 일본 정부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일본에서 국채 금리 상승은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우선 일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지난주에도 일본 금융 관련 종목의 낙폭이 가장 컸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둘째는 일본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된다. 포르투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84%에서 국채 금리가 4%를 넘자 재정 우려가 확대됐고, 스페인은 부채비율 60%, 국채 금리 4% 이하에서 흔들렸다.

일본의 부채비율은 2011년 이미 GDP의 200%를 넘어섰으며, 국채 금리가 1.5% 이상이면 심각한 재정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

대신증권 김승현 투자전략부장은 "일본 정부가 더 강한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해도 국채 금리 상승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며 "양적완화란 통화를 시장에 푸는 것인데 이는 물가 상승을 초래해 결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 아베 몰락…한국 증시엔 호재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 총리가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엔화를 풀겠다"고 한 이후 무섭게 떨어지던 엔화 가치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이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달러당 103.53 엔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23일 2% 가까이 내린 101.62 엔을 기록했다. 24일에도 여전히 달러당 101 엔 대에 머물렀다.

엔화 약세가 주춤해지면서 그동안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를 받던 국내 수출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1000원을 상회하면서 엔화 약세가 더욱 힘을 잃고 있다.

NH농협증권 조성준 연구원은 "지난주 일본 증시의 폭락은 엔화 약세가 무역 수지를 개선시키지 못하고, 일본 경제가 국채금리 상승에 매우 취약하다는 두 가지 문제점을 보여줬다"며 "향후 엔화 약세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오히려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엔화 약세가 한창인 가운데 일본의 수출 물량은 줄어든 반면 한국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올해 1분기 수출 물량 증가율은 -10.5%로 지난해 4분기의 -9.2%보다 나빠졌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 물량 증가율은 5.2%에서 7.7%로 확대된 것이다.

특히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화학·철강·기계·정보기술(IT)·자동차 업종의 증가율이 돋보였다. 한국 IT산업의 수출 물량 증가율은 작년 4분기 20.1%에서 올 1분기 23.9%로 확대됐다. 반면 일본의 IT업종은 -5.7%에서 -16.5%로 크게 악화됐다.

◆ 삼성전자·현대차 수혜 예상

엔화 약세와 북한 위협 등 그동안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아오던 악재들이 완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경제 주체의 경기 회복과 더불어 투자 심리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2000억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하며 2주 연속 '사자' 추세를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 상승, 뱅가드 물량 부담 완화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증시 상승기에 유망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IT와 자동차 업종이 꼽힌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약세의 속도 조절로 인해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대응을 권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본격화되면서 수혜가 기대되는 은행·증권 등의 금융 업종과 건설·유통 업종도 선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도 "엔화 약세 우려가 없어지면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미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을 바탕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주 대비 0.1%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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