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계 대모’ 박영숙 별세

2013-05-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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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당 비례 1번으로 DJ와 인연<br/>최근 안철수 정치적 후견인 역할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한국 여성운동계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박영숙 전 평화민주당 총재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평양 출신으로 전남여고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박 전 대행은 YWCA연합회 총무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평생을 여성운동에 헌신하며 큰 족적을 남겼다.

박 전 대행은 지난 1996년 별세한 민중신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안병무 전 한국신학대 교수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986년 전두환 정권의 여성인권 유린을 단적으로 드러낸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때 여성단체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의 TV찬조연설자로 나와 이름을 날렸으며, 이듬해 13대 총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평민당의 전국구 1번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권의 격랑 속에 평민당 부총재 및 총재권한대행,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복지부와 환경부 장관 후보로 자주 거론됐으나, 실제 입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한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안철수 재단(현 동그라미 재단) 이사장을 맡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대학교수에서 대선 예비후보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했다.

일찍이 환경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유엔환경개발회의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이사장을 맡았으며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시절 ‘100인 기부릴레이’를 주도하는 등 기부문화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빈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 위민 브리지 두런두런’을 창립했으며, 현재 장학재단 ‘살림이’ 이사장을 맡는 등 사회공헌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비롯해 국민훈장 모란장,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올해의 환경인상, 올해의 여성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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