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에 등 떠밀려 출시하는 생색내기용 상품만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기존 서민상품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상품을 출시해도 이렇다 할 실적을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르면 다음 달 연 10%대 소액·단기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출한도는 최고 300만∼5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대출상환 부담해소를 위해 만기 일시상환방식이 아닌 분할상환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인 SC은행도 저신용 서민 지원의 연장선에서 소액 신용대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시중은행들이 내놨던 10%대 중금리 대출이 여전히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터라 ‘소문난 잔칫상’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시중은행들의 상품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은행 스스로도 ‘성적표라고 내밀기도 부끄럽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유는 기존의 새희망홀씨대출 등 서민용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새희망홀씨 대출은 7만 건이나 되지만 중금리 상품인 ‘행복드림론Ⅱ’는 163건에 불과하다. 대출 잔액 역시 5억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9월 출시한 ‘희망드림대출’역시 대출잔액이 10일 현재 3억4900만원 수준이다. 대출한도가 적다는 지적에 13일자로 최대 한도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렸다. 같은 기간 출시한 하나은행의 ‘이자다이어트론’ 역시 7억원에 그쳤다. 신한은행의 ‘새희망드림대출’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13일 기준 39억원(998건)의 실적을 냈다.
등 떠밀려 내놓은 상품이다보니 실적이 부진한 것은 당연하다. 중금리 대출상품은 제1금융권에서 한자릿수 금리의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제2금융권에서 연 20%대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 ‘금리 단층현상’을 막고자 금융당국이 출시를 독려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신용등급 낮은 사람 중에서도 상환 의지 및 능력을 판단하고 선별하는 것이 순서”라며 “이미 중복되는 업무인데다 일방적으로 압력을 넣다보니 은행으로서도 실적을 낼만큼 적극적일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자릿수 금리 역시 실적 부진의 원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성실상환시 최저금리 4.66%까지 내주지만, 대다수의 상품은 연 10%대를 매기고 있다. 은행으로서도 이미지 제고에 크게 도움이 못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야 고금리로 대출해주면 좋지만, 고객입장에서 보면 10%대에 500만원 한도짜리 중금리 대출을 받는 것보다 7%대의 2000만원 한도의 새희망홀씨 대출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