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LG경제연구원 류상윤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대한민국, 은퇴하기 어렵다' 보고서를 보면 노인가구 2884가구 중 노후 생활비를 위해 필요한 자산은 가구당 평균 2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분석은 연령별 적정 생활비에서 노인가구가 받는 공적연금, 기초노령연금, 사회수혜금 등을 빼고서 기대수명을 따져 계산한 액수다.
가구별로는 표본 노인가구(60~74세) 71%의 보유자산이 평균(2억50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자산을 매각해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충당할 수 없는 가구도 59%나 됐다. 전체 254만 노인가구로 환산해보면 180만 가구는 사망시점까지 생활비를 조달할 수 없고, 151만 가구는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댈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에 대해 류 연구원은 "표본 노인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억6000만원으로 적정수준을 웃돌고 있지만, 이는 거액 자산 보유자가 평균을 끌어올린 효과"라며 "이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노인가구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구주 연령별 자산부족 가구 비중도 70~74세 가구에서 66%, 65~69세, 60~64세 가구에서 각각 71%와 77%로 나타나는 등 가구주 연령이 낮을수록 자산부족 가구 비중도 높았다. 가구 특성별로는 1인 가구 비율(83%)이 2인 부부 가구(64%)보다 높았다.
또 지난해 65~74세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는 43%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72.3%(약 44만명)는 저임금의 단순노무직에 해당됐으며, 절반 이상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23%), 경비원 및 검표원(17%)으로 집계됐다. 고령가구의 일자리가 임금이 낮은 단순노무에 집중되면서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아울러 노인가구의 사적 이전소득은 2006년 월 30만8000원에서 2012년 20만원으로 감소하는 등 자녀 지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가 반영됐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는 2002년 70.7%에서 지난해 33.2%로 뚝 떨어졌다.
류 연구원은 "고령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일하지 않거나 자녀의 지원이 없으면 노후생활을 꾸릴 여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령층에 대해서도 일하려는 사람에겐 고용안정을,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겐 생활안정을 뒷받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