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 신설, 전문인력 배치, 민원 경보제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강화 및 민원 감축에 적극 나섰다.
◆은행권, 전담부서 신설·경보제 도입
올해 주요 은행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기능을 강화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연초 신설한 금융소비자보호부에 자체 모니터링 권한을 부여했다. 우리은행은 고객만족센터 내에 참금융추진팀을 신설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10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수석부행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지난달에는 금융권 최초로 금융소비자 전문변호사를 채용했다.
기업은행 소비자보호팀 관계자는 "소비자본부가 상품 및 마케팅 관련 모든 문서를 미리 점검하고 소비자 관점에서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전화상담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현장 지원반도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본부를 신설했으며, 2월에는 '소비자 권익 보호 협의체'를 발족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협의체는 고객 입장에서 금융상품 투명성을 높이고, 민원을 줄이도록 매달 회의를 열고 관련 시스템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이달 중 '소비자보호헌장 선포식'을 하고, 직원들에게 소비자 보호와 민원 감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민원 발생 최소화를 위해 소비자보호추진단을 구성했다. 민원 발생 시 영업점이 아닌 지역본부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지역본부민원발생 경보제'도 도입했다.
외환은행은 △민원 조기경보 통보 시스템 △금융소비자보호 운영협의회 △금융피해보상심의위원회 △대고객 소비자 제안 제도 △대고객 불만 관리 제도 △3스텝 제도(불친절 직원 경고·집합 연수·인사조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를 총괄하는 소비자보호부를 신설하고, 중앙본부 모든 부서에 소비자 보호 업무 담당자를 지정·운영하는 등 관련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한 시중은행의 민원 담당자는 "대출금리,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등 현실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민원이 다수 접수돼 어려운 면도 있다"며 "그러나 최대한 고객을 이해시키도록 노력하고,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보험·카드사 민원 감축 총력
보험사, 카드사 등 2금융권도 '민원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특히 보험사는 금감원이 올해 '보험민원 감축'을 핵심과제로 선정한 만큼,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파트장급으로 구성된 '완전판매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민원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방안 및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사후관리가 아닌 사전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다.
또 일·월·분기 단위로 민원발생 현황을 관련 부서에 통지해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완전판매를 위한 신계약 모니터링 제도도 강화했다. 각 지역본부에는 '고객불만 체험관'도 설치했다.
동부화재는 6월 말까지 '민원 감축 캠페인'을 실시한다. 2개월간 각 부문 및 부서별 평가를 통해 민원 감축 실태를 평가하고, 유형별 대응 요령을 전국 부서에 전파할 예정이다. 다른 보험사들도 자체 태스크포스를 구축하는 등 민원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카드는 매주 고객의 불만사항 보고를 정례화했다. KB국민카드는 매월 21일을 '금융소비자의 날'로 지정해 민원 예방 및 사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소비자보호센터 전담부서도 구축했다.
협회도 민원 감축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일 민원 상담 및 신고 전화번호를 일원화(02-2011-0700)하고, 통합민원시스템을 도입해 실시간 민원상담이력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각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보호에 정성을 쏟고 있지만,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우려와 불만도 높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블랙컨슈머를 분류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회사 민원발생 건수는 전년보다 무려 19% 증가했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와 보험료 인상 관련 민원이 급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