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상환능력이 낮은 고(高)LTV비율 대출자들이 보유주택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2금융권을 통한 다중채무가 증가해 왔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은행 기준으로 올 1월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LTV비율 49.2%로 금융위기 이후 46~47% 수준을 유지하던 것보다 상승했다. 이자만 납입하는 차주의 대출비중이 여전히 6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가격 하락은 LTV비율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담보주택가격이 부채금액과 맞먹는 LTV비율 70% 초과대출의 비중도 상승하고 있다. 현재 9개 국내은행을 기준으로 이 비중은 3.5%다.
LTV비율이 높을수록 대출자의 원리금상환부담률(DSR)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차입비율 높이거나 대출처를 늘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LTV비율 70% 초과대출자와 다중채무자를 합한 원리금 상환부담률은 2009년 30%에서 지난해 40%로 높아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이자만 납입하는 대출이 많다는 점에서 고LTV비율 대출자 가운데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에 대한 원금상환압력 증대는 해당자의 다중채무를 유발할 개연성도 있다”면서 “특히 금리 수준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추가 차입을 통해 기존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LTV비율 다중채무자의 상환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LTV비율 대출이 많은 수도권 지역의 해당 대출 연체율이 3%를 넘기면서 2%를 밑도는 지방에 비해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LTV비율 70% 초과 대출자들이 빚을 장기적으로 연체하면 집값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LTV비율 70% 초과 대출자의 3개월 이상 연체대출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손실액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웃돌 정도로 높아졌다"면서 "장기 연체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주로 경매(통상 연체 후 3개월부터)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택 및 경매 시장 동향과 맞물려 추가적인 주택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LTV비율 70% 초과대출은 상호금융이 29.1%, 저축은행 43.6%, 여신전문금융회사 68.5% 등으로 2금융권에 많이 분포돼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또 “국내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하는 등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개선되지 못하였으며 기업의 재무건전성도 수익성 하락, 차입금 의존도 상승 등으로 다소 저하됐다”며 이는 국내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우선 가계에 대해 “최근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신용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저신용자·저소득층의 부실위험이 증대됐다”고 지적했다.
저신용저소득층의 이자부담이 증가해 해당 금융기관의 대출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15%, 대부업체는 9.4%였다.
기업의 경우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한 부실 우려 증대, 영세중소기업의 자금난 심화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우선 지난해 조선·건설·해운 업종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조선업이 전년 8.4%에서 4.2%로 떨어졌고, 건설업도 2.0%에서 0.1%로 하락했다. 해운업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한은은 “예상부도확률(EDF)을 추정해보면 건설업 9.1%, 해운업 8.5%, 조선업 5.9% 등으로 여타 업종에 비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업종별로는 건설업의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57%, 영업현금흐름으로 단기차입금 상환과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71%에 달했다.
해운업은 자기자본비율이 2010년말 32%에서 지난해 말 16%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며, 조선업은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상위 3개 기업(5.5%)을 제외한 여타 기업의 경우 모두 적자(-2.9%)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