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이번 방한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지난 20일 늦은밤 전용기편으로 한국에 도착한 빌 게이츠는 21일 오후 서울대 강연을 시작으로 삼성그룹 경영진 접견·국회 강연·박근혜 대통령 면담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글로벌 IT 거물’답게 빌 게이츠는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모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며 기술 뿐 아니라 국가차원의 원조(援助)에도 혁신을 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한 목적에 대해서는 “한국은 MS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라며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진행하는 에너지·보건·농업 등 분양의 업무와 연계돼 있어서 이를 논의하고자 왔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 강연서 “한국 이미 톱클래스…자신만의 길 만들라” 강조
빌 게이츠는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대 학생들과 만났다.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빌 게이츠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도전정신과 혁신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대 근대법학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그는 ‘창조경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미 한국은 톱클래스에 도달해 있다”며 “누구를 따라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50분간 진행된 강연에서 빌 게이츠는 이우일 서울대 공과대학장과 함께 에너지·환경·질병 등을 주제로 15분동안 대담을 나눴다.
특히 그는 동물생명 보호와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인간 게놈 산업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는 등 강연 대부분의 시간을 질의응답에 할애했다.
또한 그는 하버드대를 자퇴하고 MS를 창업한 이유에 대해 “변화하는 세상에서 당시 흐름을 높치면 안 될 것 같았다”며 “도스 운영체제를 뛰어넘는 운영체제를 만들어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강연을 마친 뒤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나에게 영감을 줬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삼성그룹·현대자동차그룹 만나 협력방안 논의
국내 대기업과 MS사와의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도 빼놓지 않았다. 빌 게이츠는 21일 서울대 강연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만찬을 함께하며 양사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2시간30분가량 진행된 만찬에서 두 사람은 MS의 윈도8을 기반으로 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사업 등 양사의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빌 게이츠는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협력할 건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또 컴퓨터의 미래 등 다양한 화제를 논의했습니다. 정말 좋은 논의의 시간이 됐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빌게이츠 재단이 어떻게 하면 아프리카 후진국과 오지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빌 게이츠는 삼성이 스마트폰 등에 관해 “삼성은 훌륭한 혁신을 이뤘잖아요. 삼성은 또 윈도8을 장착한 다양한 전자제품을 출시했죠”라며 삼성의 혁신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만찬에서 와인을 함께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의견을 낸 빌 게이츠는 삼성 측 임원들의 배웅 속에 숙소로 떠났다.
이날 만찬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고위 수뇌부도 대거 참석했다.
◆ 국회의원 만나 “이제‘스마트 기부’ 생각할 시점”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특강에서는 ‘스마트 원조’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국제 원조를 받는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변한 유일한 국가”라며 “이런 경험을 살려 어떻게 세계에 기여할 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과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힘을 모으다면 놀라운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빌 게이츠는 “급증하는 원조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스마트 기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적절한 백신이 개발되고 최빈국에게 적절히 보급될 수 있도록 스마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스마트 기부의 핵심”이라며 “아이들이 건강해지면 잠재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빈국 상태를 극복하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기부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운이 좋게 부를 쌓았다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대안”이라며 “스스로 돈을 쓰는 것을 한계가 있고 자녀에게는 최고의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줘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산의 75%를 최빈국에 기부하고 25%는 미국의 교육시스템 개선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빌 게이츠의 한국 방문은 2001년 10월, 2008년 5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2008년 방문 때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정보기술(IT) 분야 협력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대통령 국제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