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은행권 예금금리가 또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질금리는 제로 수준이다.
이에 이자생활자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기예금만 늘어 안정적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7일부터 ‘IBK급여통장’과 ‘IBK핸드폰결제통장’ 등 입출식 예금의 금리를 0.20~0.40%포인트 인하했다. 정기적금과 더불어 '가계우대정기적금', 'IBK월복리자유적금', '참!좋은 기부적금' 등 적립식 예금도 0.10~0.50%포인트씩 금리를 낮췄다.
우리은행도 지난 16일 거치식 상품의 금리를 0.05~0.10%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우리토마스정기예금’은 2.80%로 낮아졌고, 만기 1년 미만의 ‘키위정기예금(확정형)’은 2.65%로 떨어졌다. 만기일시지급식 정기예금도 1년제 금리가 2.35%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특별 판매로 새롭게 출시된 금융상품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초 국민은행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시 판매키로 한 ‘KB가득드림예금’은 최고금리가 연 2.9%(2년만기일시지급식)다. 하나은행이 내놓은 ‘드라마 정기예금- 구가의 서’ 역시 다음달 초까지만 판매하는 상품으로, 금리는 최고 2.95%로 역시 3%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은행들은 수익성을 위해 예금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수신부의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높을수록 이자로 지급해야 할 돈이 늘어 은행들로서는 부담이 된다”면서 “최근에는 대출금리도 많이 낮아져 있어 예대마진을 감안하면 예금금리가 더 떨어져야 그나마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로 주는 돈을 빼고 남은 부분인 예대마진은 은행 수익의 근간이 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형편이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시장의 기대를 뒤엎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75%로 동결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예금금리는 국고채 등 시장금리와 연동해 결정된다. 국고채 3년물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 2.44%까지 떨어졌지만 동결 이후 급등해 2.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저금리 탓에 단기성 예금이 수신고를 채우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도 골칫거리가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1년 정도 단기 예치가 많아 은행들이 장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가 어렵고, 장기자금이라도 금리 변동이 있을 경우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에게는 금리가 낮은 것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다. 퇴직금을 은행에 맡기고 받은 이자수익이 낮아져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수익을 좇아 펀드나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전상욱 실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어 당분간은 은행의 이자수익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은행 뿐만 아니라 투자시장도 불안한 상태여서 가계 은퇴세대의 수입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