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처벌법...꼬리 내리나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법안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무리한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한 데다, 재계도 '과잉규제'라고 반발하면서 여권이 속도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 처리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16일 "현행 공정거래법이 어떤 식으로든 개정은 될 것"이라며 "이견이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정말 쟁점이 많고 대단히 복잡한 법률이라 가야 할 길이 상당히 멀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정무위는 1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개정안 심사에 착수한다. 이 법안의 핵심은 대기업 총수 일가가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는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금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상적인 거래보다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의 거래만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했지만, 개정안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규제 범위를 넓혔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을 때는 부당 내부거래에 오너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과징금도 일감을 몰아준 회사와 받은 회사 모두 매출액의 최대 5% 과징금을 부과토록 했다.

아울러 부당지원 행위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금처럼 공정당국이 아니라 해당 기업에 부여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외국의 경우 내부거래는 수직계열화된 기업집단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기업의 의욕을 꺾어 투자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일부에서도 이 같은 법안이 기업인의 의욕을 꺾을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향후 기업의 모든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며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곧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의원들은 "문제의 본질이 호도되고 있다"며 개정안 추진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내부거래 자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 계열사에 거래 기회를 제공하는 특혜를 총수 일가에게 주는 게 사익 편취에 해당한다는 의미"라며 "보안성·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내부거래는 가능한데, 그것이 왜 꼭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당 고위관계자도 "법상 계열사로 분류되는 기준이 상장사는 지분 3%이고, 비상장사는 10%"라며 "총수 지분 30%를 기준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주 느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도 박 대통령과 여권 지도부를 겨냥, 국회 입법권을 훼손치 말라고 경고했다.

민주통합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일감 몰아주기 처벌 관련) 법은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충분히 정부에서도 의견을 개진해 대안으로 의결된 것으로, 박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내부거래로 인한 부당이익 환수를 공약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