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2년래 최저…증시로 자금이동 신호탄 될까?

2013-04-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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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금 위상 하락”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전통적인 금과 주식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값이 하락하면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이뤄진다는 게 기존 시장 논리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금이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이 약화됐다는 점을 이유로 단기간의 자금 이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최근 금값 하락은 시장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 안전자산 금에서 달러로 이동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일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40.30달러(9.3%) 하락한 1361.10달러로 마감했다. 9.3%의 하락률은 지난 1980년 3월 17일 이후 33년 만에 최대 하락폭으로 금값은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 금 매각이 여타 유럽 국가들의 중앙은행 금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요 급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대표적인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량은 지난 201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선물시장의 투매와 현물 ETF의 환매가 동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한 달 이내로 회복하지 못하면 올해 장기하락 추세로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시티그룹은 최근 향후 3년간 금값 전망치를 13% 하향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급기야 최근 골드먼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올해 금 예상가격을 추가로 하향 조정한 뒤 투자자들에게 금을 매도하도록 권유했다. 보고서는 "금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급속히 퇴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금값 하락이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자금 이동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당시 금은 가장 안전한 자산에 속해 가격 하락이 이뤄지면 증시로 자금 이동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달러나 달러화 채권이 금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금값 하락은 최근 주식시장에 악재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27포인트(1.06%) 하락한 1900.18로 개장한 뒤 장중 1900선이 5개월 만에 무너졌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 악화와 함께 금값 폭락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수순"

전문가들은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설명할 기준으로 금보다 채권을 주목하고 있다.

채권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게 시발점이 됐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올해 채권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며 "대내외 여건 모두 한국 채권시장에 매수기회를 제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년부터 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 그레이트 로테이션(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시작되고 있다는 주장도 시장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사장은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주식시장의 반등이 확인된다면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전 세계 중앙은행은 선진국 위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위험자산과 신흥시장으로 유동성이 빠르게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미국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렸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최근 글로벌 유동성은 위험자산인 정크본드와 주식시장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NH농협증권에 따르면 미국 국채와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국채와 BBB등급 채권 스프레드는 각각 4.87%, 1.98%로 지난 1997년 이후 평균수준을 밑돌았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반적으로 투자 대상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금값 폭락을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기는 힘들어졌다"며 "최근 원유가 하락에서 볼 수 있듯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수십 년에 걸쳐 반드시 나타날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단,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가속화시킬 뚜렷한 촉매 요인이 현재로서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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