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시장에서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당·정·청은 수차례에 걸쳐 정책공조를 이유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한은을 압박했다.
하지만 한은은 이날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총액한도대출 개편이라는 미시적 대응으로 화답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한은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인 총액한도대출의 한도액을 3조원 증액하고, 기존의 연 1.25%이던 금리를 0.5~1.25%로 낮춘 것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제의 성장세는 미약한 수준을 지속했다”면서 “앞으로 국내경제가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세, 엔화 약세의 영향 등으로 상당기간 마이너스의 GDP(국내총생산)갭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해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내놓은 전망치 2.8%에서 소폭 내린 2.6%로 하향 수정했다.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2.3%)보다 높다. 내년 전망치는 3.8%로 기존의 예상을 고수했다.
또한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 결정 이유에 대해 가장 먼저 물가 상승우려를 꼽았다. 김 총재는 “올 하반기에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상승률이 3%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1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든 정부의 재정정책에 따른 효과도 당분간 지켜보자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금리를 내리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가계부채 문제 역시 금리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거시정책인 금리 인하에 비해 미시정책인 총액한도대출 제도 개선은 파급효과가 다소 낮다. 이에 경기부양에 있어 한은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