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발 맞춰 국회도 여야 6인 회담 등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추경 편성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원 조달방안과 용처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야, 추경 '공감'…내주 실무협의체 가동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10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청와대에 추경예산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모는 대략 20조원 정도로 대선 공약과 경기부양 예산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력 양성, 청년창업과 창직 지원 등 일자리 창출사업 중 연내 집행이 가능한 사업, 부동산대책 등에 추경예산을 집중 편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야는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협의와 대화의 창구를 확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추경문제 등을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를 즉각 가동할 것을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부동산 정상화 정책과 추경은 '우리 경제가 이대로 가면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응급조치의 성격이 강한 만큼 국회에서의 조속한 처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당은 오늘부터라도 이 사안들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추경 등에 대해서 11일부터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키로 했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안보와 민생과 관련해 정부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며 "내일 10시 여야 6인 회담을 열고 모든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2일 오후 6시에는 영수회담과 함께 야당 지도부 전원과 청와대에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재원마련 '쟁점'…野 지역예산 받고 증세 포기할까
이에 따라 여야는 추경문제에 대해서 내주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위 간사, 부처 장관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재원 마련 방안이 문제다.
새누리당은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 재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 운용 기금에서 일부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자감세 철회와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연간 5조~6조원 규모의 세입 증대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재정건전성을 위해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득세 기능 정상화를 위해 38%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조정하고, 법인세도 과표구간 500억원을 신설해 25%의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부자증세를 요구한 것이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 "증세를 하면 그만큼 경제가 침체해 추경을 투입하는 효과가 없다"며 "회계연도 중에 증세를 하기 쉽지 않고 소득세 등을 올려도 올해 세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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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을 어디에 쓰느냐도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부동산시장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단기 부양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공공부문 부족인력 충원과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에 추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의 의견차가 클수록 추경안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다음주 초에 정부에서 추경안이 넘어와도 보름 정도 만에 모든 심사를 마칠 수 없다"며 "정부에서 확실한 재원 마련 방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증세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에 지역예산을 우선 편성해주면서 최대한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경에 야당이 필요로 하는 지역예산을 확충해줌으로써 증세론을 포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