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사는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력을 물려 준 것은 권력을 받을 사람 중에서 김정일이 가장 뛰어났고 또한 김일성이 이룬 주체사상 등 과업을 김정일이 가장 잘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주민 투표조차 생략한 김일성-김정일의 권력 계승은 서방세계에서나 이상하게 볼 일이지 북한 내부에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었다. 오히려 투표로 지도자를 뽑고 이 과정에서 어수선한 다른 나라들이 더 이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제 권력은 3대째 세습으로 내려왔고 이 인사는 “3대째 권력을 계승한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북한의 안정을 위해서나 인민이 이를 원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평했다. 김정일이 권력을 받았을 때보다 다소(!) 비판적이었지만, 여전히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은 바뀌지 않았다.
최근 벌어지는 한반도 사태에 대해서도 이러한 친북 인사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북한에 적대적인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북한이 화가 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 정책을 거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에 하는 말이 아니라 미국 쪽에 하는 말이다. 이러한 주제로 얼마 전 이들은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시위도 했다.
사람이 다 입장이 다르지만, 공론화될 때 가장 큰 문제는 비판적 능력을 잃을 때다. 북한이 아프리카 원시 족속도 아니고 지금이 봉건 사회도 아닐진대, 권력이 2대, 3대로 내려가도 이들은 여전히 “그건 바깥 세상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다”는 인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TV 등에서 보이는 북한 인민의 모습은 얼마나 김정은 세습 정권에 충성적인가! 그러나 그것은 껍데기일 뿐이고 얼마나 북한 인민의 삶의 질이 높은가는 우리가 일일이 따져보지 않아도 잘 안다.
북한은 이제 세계에서 ‘왕따’나 다름없다. 물론 친구도 있는 왕따다. 나름 제3세계 국가에서 인정받는다고 북한이나 친북 인사들은 주장하지만, 그것도 나름 옛날이야기다. 자기 인민을 굶기고 권력을 3대째 세습하는데 누가 적극 친구 하자고 하겠는가? 있다면 북한이 가진 미사일과 핵기술 등을 나눌 요량이 분명하다. 이를 얻으면 내팽개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으로 왕따 치료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주변에서 문제를 찾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말 그대로 집단 따돌림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혹시나 피해를 본 당사자가 이를 유발한 소지가 있어도 우선은 주변의 문제로 인식한다. 이는 개인 대 다수 관계에서 나타난 폭력과 피해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 왕따 문제는 권력을 3대째 계승하고 인민에게 억압을 행사하는 권력형 왕따로 거의 100% 문제를 북한 지도부가 유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경찰국가이자 최대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이 그동안 북한을 위협했다고 인정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면 중국과 러시아는 어떻게 볼 것인가? 과거 북한과 절친이었던 이들 나라가 이제 북한을 달래기도 바쁘지 않은가? 아니면 거의 포기 단계다.
최근 보도된 것처럼 북한 김정은이 실제로 바라는 것이 오바마가 직접 전화해서 “우리 잘해 봅시다. 많은 사람이 보는 눈도 있는데, 내 체면도 좀 헤아려 줘야죠”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진정 20대 권력자의 미성숙한 자아 때문에 한반도 위기를 맞은 웃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만일 위기가 현실화되면 친북 인사들은 어떻게 이를 또 해석할지 궁금하다. 약 20년 전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져가고 있을 때 “마르크스주의는 완벽하지만 이를 적용한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말한 이들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