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의 용처에 있어서는 정부와 여당이, 증세 등 재원확보 방법을 둘러싸고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추경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최소 15조원에서 많으면 20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편성한 추경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분을 보충하는 '세입 추경'에, 새누리당은 경기부양용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세출 추경'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 예상치 6조원과 산업은행·기업은행 매각 차질에 따른 세외수입 감소분 6조원 등 12조원을 모두 추경을 통해 메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경기부양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신규사업을 중심으로 5조~10조원을 편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서로 다른 정치적인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에서 과다 편성된 세입예산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계산인 반면, 새누리당은 4월·10월 재·보선 등 선거를 의식해 당장 효과가 보이는 경기부양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3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표를 먹고사는 정당의 특성상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당에서는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아무래도 경기회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원하는 12조원에 달하는 세입추경 규모를 대폭 줄이고, 당이 원하는 세출추경을 늘리는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당정은 사실상 전액 국채 발행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데 합의했지만, 민주당은 '빚잔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증세문제는 당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여야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4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확보에만 매달리면 경기부양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국채 발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추경의 재원을 일종의 '빚'인 국채 발행으로 대체하면 가뜩이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추경재원 확보와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부자감세 철회'를 포함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