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 |
잇따라 대형 M&A를 성사시키며 회사를 키워 온 강 회장이 채권단에 선제적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STX 관계자는 이번 자율협약 신청 결정의 배경에 대해 “1400개, 6만 여명에 이르는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3만5000명에 달하는 회사 종업원 고용유지를 위한 내부 결정”이라고 말했다.
오너로서 경영권에 대한 간섭을 감수하면서라도 직원들을 지키고, 조속한 STX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STX측의 설명이다.
STX의 이같은 위기는 지금까지 STX가 성장해 왔던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 중반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조선·해운업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M&A를 통해 지금의 위치까지 왔지만 조선·해운업이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자 이 같은 무리한 확장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2000년 사재 20억원을 털어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STX를 설립한 강 회장은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2007년 아커야즈(현 STX유럽) 등의 M&A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사세를 키워 왔다.
그러나 2007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업계의 침체가 이어지자 지난해 부터 강 회장은 ‘버리는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5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STX OSV지분을 이탈리아 조선업체인 핀칸티에리에 7680억원에 넘기고, STX에너지의 지분도 일본 오릭스에 팔아 3600억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 현 STX그룹을 만든 결정적 역할을 한 STX팬오션의 매각 결정은 ‘버리는 승부수’의 결정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룹의 핵심 계열사라 할 수 있는 STX팬오션을 매각해 주력 업종인 조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은 계속되는 해운시장 악화와 불확실성으로 매각이 불발로 끝나면서 강 회장은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번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강 회장의 결단인 셈이다.
‘합치는 승부수’에서 ‘버리는 승부수’로 돌아선 강 회장의 결단이 회사와 임직원들 모두를 살린 또 다른 성공신화가 될지, 무너진 M&A신화의 단초가 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