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성이 하늘의 절반’이라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이 무색하게 남성 일색인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일곱 자리에 여성이 진입하기엔 유리천장이 너무 견고했기 때문일까. 류옌둥은 결국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도 그는 3월 전인대에서 부총리로 승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이(吳儀) 이후 중국 두 번째 여성 부총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현재 사회 문화 체육 담당 국무위원 직을 맡고 있는 류는 농업 수자원 담당 부총리로 올라서며 리커창(李克强 차기 총리)과 장가오리(張高麗 차기 상무부총리)를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만의 리그인 중국 정치권에서 류가 그 동안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 광범위한 정치 인맥 덕분이다. 싱가포르국립대 보즈웨 교수도 “류엔둥의 최대 경쟁력은 바로 광범위한 인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치권은 크게 세 가지 계파로 갈린다. 공청단파, 태자당, 상하이방이 바로 그것. 이들 계파 간에는 서로 자기 계파 인물을 밀어주기 위한 물밑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무엇보다 류옌둥은 중국 정계에서는 극히 드물게 세 계파와 모두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류는 9년간 공청단파에서 근무하며 후진타오(胡錦濤)를 2~3년간 근거리에서 보좌해 신임을 얻었다. 동시에 상하이 당위원회 비서장과 농업부 부부장을 지낸 공산당 혁명원로인 부친 류루이룽(劉瑞龍)의 후광 덕분에 태자당의‘큰 형님’격인 쩡칭훙(曾慶紅), 상하이방의 장쩌민(江澤民)과도 친분이 깊다. 또 류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도 같은 칭화대 화학공정과 동문이다.
이처럼 류옌둥은 모든 계파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로 그 동안 공청단파와 태자당·상하이방 간 중재자 역할을 하며 정계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였던 류가 톈안먼 사태 당시 강경하게 진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좌천을 당하기도 했지만 반년 만에 다시 통전부 부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도 장쩌민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리더십 역시 그의 매력포인트다. 통일전선부 부장 재임시절 그의 이런 화합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했다. 통일전선부는 홍콩 마카오 및 대만과의 관계, 소수민족, 종교문제를 다루는 부서로 무엇보다 화합과 소통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4년 홍콩 주민들이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시위를 벌일 때 중국 당국은 통전부 부장이었던 류옌둥을 홍콩에 급파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류는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으며 홍콩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 화합을 강조해 사태를 무마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 홍콩 언론들은 류의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두루 갖춘(剛柔竝濟)’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외신들도 류의 세련된 패션감각과 뛰어난 미모를 칭찬하며‘공산당의 미녀’라고 불렀을 정도로 그의 대외 이미지는 매우 좋다. 또한 시민들과 함께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함께 달리기를 하는 모습, 쓰촨성 한 농아학교를 찾아 수아로 농아들과 다정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 중국 언론을 통해 줄곧 비쳐진 친 서민적인 행보는 중국인의 그에 대한 호감도를 한층 더 높였다.
다만 류옌둥에겐 지방 근무 경험이 없다. 류의 유일한 단점이다. 하지만 그가 통전부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홍콩 마카오 및 여러 당파를 아우르며 교류 통합업무를 관장하며 부족한 지방 행정 경력을 보완했다는 평도 나온다.
칭화대 화학공정과를 졸업한 류옌둥은 문화대혁명 발발 당시 구금된 부친에 연루돼 박해를 받다가 허베이성 탕산의 화공공장에 노동자로 일했다. 문혁 이후 부친이 정계에 복귀하며 그의 앞길도 열리기 시작했다. 1982년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에 발탁되면서 9년여 간 공청단에 몸을 담았다. 이후 통전부로 옮겨 비서장을 거쳐 부부장, 부장까지 승진했다.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 유일한 홍일점 정치국위원으로 당선됐다. 류는 죽마고우인 양위안싱(楊源興)과 결혼해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과거 관직에 몸 담았던 양위안싱은 현재 정보IT 기업을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약력 ▲1945년 장쑤성 난퉁 출생 ▲1964년 칭화대 화학공정과 입학 ▲1982년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 ▲1991년 통전부 부비서장. 부부장. ▲2002년 16기 중앙위원. 중앙통전부 부장 ▲2003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2007년 17기 중앙정치국 위원 ▲2008년 국무원 국무위원 ▲2012년 18기 중앙정치국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