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거래 활성화와 서민 주거 안정을 꾀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거래 침체와 미분양 급증으로 가라앉은 부동산시장을 되살려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치솟는 전셋값을 잠재워야 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들의 통과 여부가 시장 활성화의 최대 관건”이라며 “박근혜 당선자가 강한 의지를 보인다면 이들 법안의 국회 통과와 함께 거래시장 회복 및 전세시장 안정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거래 활성화를 통한 하우스푸어(무리한 주택담보대출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주인) 문제 해결이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최근 몇년 새 부동산시장은 주택 거래량이 줄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수십만명의 하우스푸어를 양산해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등 자산을 모두 팔아도 대출금을 못 갚거나 부동산 평가액 40%만 건지는 고위험 가구가 최대 10만1000가구(47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거래 실종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자신의 집을 팔아도 대출액을 갚지 못하는 ‘깡통 주택’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박 당선자는 하우스푸어 해결을 위해 이들 주택의 일부를 공공 금융기관이 매입하는 ‘지분매각제도’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공적자금 투입 자체에 대한 거부 의견이 있고 지원 대상 구분도 명확하지 않아 인수위 과정에서 어느 정도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등 규제 완화도 거래 활성화의 조건으로 꼽히지만 국회 통과 여부가 걸림돌이다. 여당은 집값 폭등 및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취득세 추가 감면(2%→1%) 연장도 관심사다. 일단 박 당선자는 감면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지만 실효성 여부와 함께 지방자치단체 반발 등이 겹칠 경우 시행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가 경제에서 건설·부동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새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과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도 규제 완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보이는 가운데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 안은경 대표는 “취득세 감면 연장이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박 당선자가 시장을 활성화한다고 공약한 만큼 머지않아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거래 활성화와 함께 서민 주거 안정도 주요 과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무려 38.2%나 급증했다. 정부도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전셋값을 잡는데는 번번히 실패했다.
부동산업계는 정책의 일관성도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기간 동안 숱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시장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시장을 침체시키기는 쉬워도 살리기는 힘들다는 것을 새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정비·보금자리주택사업 손질해야
뉴타운·재개발과 재건축 등 표류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도 하루빨리 손을 써야하는 사안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맞물려 서울·수도권 각지에서 뉴타운 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사업성 저하 등으로 구역 해제 사업장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들어간 사업비(매몰비용) 보전 문제도 난관으로 남아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몰비용의 경우 특정지역을 위해 세금을 투입하기가 어렵고, 한 번 시작하면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 지원도 쉽지 않다”며 “추진 과정에서 기반시설부분을 보조하는 방식 정도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정책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그동안 저렴한 분양가로 민간 분양시장 침체의 주범이라는 업계의 지적을 받아왔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보금자리주택을 전부 임대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공적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분양 물량을 민간에게 넘겨 여기서 얻은 개발이익금으로 임대주택을 짓거나, 민간 단지의 분양가를 시세 수준으로 적정하게 매기면 다른 지역의 분양시장 위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