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도 직격탄을 맞아 서울·수도권에서는 미분양이 늘고 있다. 지난해 활황세를 보였던 지방도 거래·분양시장 모두 주춤한 모습이다.
주택시장 부진 속에서도 오피스텔 등 수익형 상품은 인기를 끌었다. 시세 차익 기대감이 줄면서 매달 고정 임대 수입을 챙기려는 투자자들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내년에는 부동산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나라 안팎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낙관적인 견해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2년 부동산시장을 5회에 걸쳐 되돌아 봤다. <편집자 주>
올 한해 아파트 시장은 매매 하락·전세 상승이 지속됐다. 사진은 올해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했던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상복합 전경. [아주경제 DB] |
떨어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취득세 감면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세시장도 지난해보다는 상승폭이 크게 누그러졌지만 이미 급등한 상태를 유지하는 '고온현상'으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컸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던 지방도 올 들어서는 약세를 보였다"며 "취득세 감면 정책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시장침체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매매시장 침체 지속… 하우스푸어 양산
올해 매매시장은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하락세가 깊어졌다. 이에 따라 '강남 불패' 신화가 깨지고 집 가진 사람들이 고통받는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다.
KB국민은행의 시세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0.3% 하락했다. 서울·수도권은 같은 기간 3.4% 내렸다. 서울만 4% 빠졌다. 경기침체와 보금자리주택 저가 매수에 대한 기대 심리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강동(-8.61%)·강남(-7.98%)·송파(-6.99%)·서초구(-6.43%) 등 강남권 하락폭이 가장 컸다. 수도권 신도시 중에서는 판교가 10.24% 급락했다. 경기도에서는 과천시(-9.05%)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보금자리주택 공급 부담, 재건축 지연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아파트값이 하락하면서 거래시장도 위축됐다. 올 한해 아파트 거래량은 10월 말 현재 54만2091건으로 전년 동기(73만2468건) 대비 26%나 줄었다. 전북(-46%)·서울(-34%)·부산·대전(-34%)에서 감소 폭이 컸다.
거래 침체가 이어지자 정부는 '5·10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주택투기·거래신고지역에서 제외하며 거래 활성화를 도모했다. 이어 '9·10 대책'에서는 취득세 감면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얼어붙은 시장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취득세 감면 혜택 기간이 3개월(9월 24일~12월 말)로 짧은 데다 대선 등 굵직한 변수들도 많아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에는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가 급락하면서 하우스푸어(무리한 주택구입 대출로 이자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 깡통주택(시세가 떨어져 대출금도 못 갚는 주택) 문제가 심화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하우스푸어가 양산되는 등 시장 불황이 전방위로 확산됐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취득세 감면 종료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집값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셋값 안정세 속 일부지역 급등
올해 전셋값은 꾸준하게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올해 1~11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3.7%(국민은행 시세)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14.9%)에 비해 상승률이 상당히 둔화된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3년간 전세값 상승으로 재계약이 늘고 급등지역은 가격조정이 나타나면서 상승 움직임이 많이 누그러졌다"며 "아파트 대체상품인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물건 부족과 대단지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 발생 등으로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를 비롯한 충남 지역이 올 들어 9.17% 올랐다. 전국 최고 상승률이다. 세종시의 경우 공무원 이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서울에서는 금천(4.66%)·서초(4.26%)·강동구(2.65%) 등이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