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고금리 예·적금' 또는 '금리 파괴'.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사진) 취임 후 산업은행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말이다. 산업은행의 무점포 온라인 기반 예·적금 상품인 'KDB다이렉트'가 수시입출금식의 경우 금리를 연 3.25%(정기예금 3.80%)나 준다는 점에서 붙은 것이다. 이런 금융상품의 등장은 고객 입장에선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최근 아주경제신문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강 회장은 "파격적인 금융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이 말하는 단순한 생각이란 '은행 고객은 고금리 예·적금을 좋아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의미한다.
18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9일 출시된 'KDB다이렉트'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 15일 현재 6조3000억원에 달한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6조원 이상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고금리다.
그리고 강 회장의 '금리 파괴'는 대출상품으로 이어졌다. 그는 9월 말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연평균 3.95%의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또 일부 기업들과 대출협약을 체결하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4%대 근로자집단대출도 실시했다. 현재 160개 기업과 근로자집단대출 협약(MOU)을 체결한 상태다.
강 회장은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예금금리는 높고 대출금리는 낮은 것 아니겠느냐"며 "이런 단순한 생각을 금융상품에 적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시중은행들이 금리와 관련해 '꼼수 논란'에 휘말렸던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단순하면 정직해지고 그럴수록 고객들은 만족하게 된다"며 "금리 적용구간을 세분화하는 등 상품구조를 복잡하게 만들다보니 오히려 꼼수 논란에 휘말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의 최우선 경영전략은 단순함과 정직함"이라고 강조했다.
◇"약점에서 해법을 찾다"
예금금리는 높고 대출금리가 낮으면 고객에겐 유리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 회장은 단순하게 해법을 찾았다. 바로 비용 절약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산업은행의 약점을 극복하는 돌파구이기도 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시중은행들에 비해 영업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온라인 상품인 'KDB다이렉트'를 구상한 것이다. 점포 운영비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므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그 혜택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려준 셈이다.
근로자집단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강 회장은 "영업점이 적으므로 고객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대출을 연계해주는 게 쉽지 않다"며 "그래서 생각한 게 집단대출인데, 각 기업에서 임직원들의 서류를 정리해 일괄적으로 넘겨주니 은행 측에서도 대출업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이 BIB(Branch In Branch)로 불리는 복합점포 개설이다. 산은금융의 계열사인 대우증권 영업점 안에 산업은행 영업점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미 8곳에 개설됐다. 강 회장은 "증시 불황으로 증권업은 규모를 줄여가는 추세이므로 대우증권 영업점 일부를 산업은행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아낄 수 있고 은행은 증권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육성 정책도 파격"
강 회장은 독특한 인재육성 전략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산은그룹의 사내대학인 'KDB금융대학교'를 설립한 일이다. KDB금융대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설치 인가를 받고, 내년 3월부터 첫 학기를 시작한다.
학비도 전액 산은그룹 계열사가 지원하므로 고졸사원들에게는 좋은 교육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당초 강 회장은 서울 삼청동에 소재한 금융연수원을 금융대학교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제약들 때문에 사내대학 설립을 본격 추진한 것이다.
강 회장은 "이미 KDB금융대학교에 100명에 육박하는 직원들이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교과부에서도 사내대학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일부 대기업들도 사내대학 설립에 동참하기로 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