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서울 경매시장… 물건 줄고 응찰 느는데 낙찰가율은 하락

2012-10-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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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주택시장 전환기 현상”…‘시장 반등 전조’ 분석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 서울지역 주택 경매시장에서는 이같은 시장의 기본 논리가 통하지 않고 있다. 경매 물건은 줄고 응찰자는 늘고 있는 데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오히려 하락세인 것이다.

11일 부동산 경매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경매물건은 6516건으로, 전월(7298건)보다 782건이 줄었다. 지난 7월에 비해서는 1284건이나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7월 1553건으로 급증했던 주택 경매물건이 2개월만에 크게 줄면서 9월 1142건으로 올해 1월(1021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경매 응찰자 수는 늘고 있다. 전국 주택 경매 응찰자는 9월 1447명으로 전월(1327명)보다 9% 증가했다.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1400명을 넘은 것이다.

주택 경매물건이 줄고 응찰자가 늘어나는 것을 놓고 부동산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 주택 양도세 면제 등을 담은 지난 ‘9·10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진 결과라는 것이다.

금융기관 등 부동산을 담보로 한 채권 소유자들이 담보에 대한 경매 청구를 자제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부동산 경매는 1~2회 유찰을 거치면서 가치가 절하될 경우 회수 가능한 채권액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채권자 입장에서는 매각을 통한 채무변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는 매각을 통한 채무 변제마저 쉽지 않은 탓에 경매에 넘겨서라도 채권액을 회수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경매 청구 건수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낙찰가율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서울지역 주택 경매 낙찰가율은 73.21%로 올 들어 가장 낮았다. 지난 3월(83.54%)과 비교해서는 10.33% 포인트나 떨어졌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삼익세라믹아파트(전용면적 42.9㎡)는 두번 유찰된 뒤 지난 9월 10일 최저 매각가격이 1억2160만원까지 내렸다. 이날 진행된 경매에서는 4명이 응찰해 감정가 1억9000만원의 69.3%인 1억3169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 전셋값은 9400만원(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 낙찰가보다 불과 376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처럼 경매 물건·응찰자 수와 낙찰가율이 따로 노는 것은 전환기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침체된 주택시장이 머지않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남회 엔케이컨설팅 과장은 “주택 경기 불황 속에서도 그동안 경매 물건이 많지 않아 입찰 경쟁률도 낮았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 입찰 경쟁률도 올라가 자연히 낙찰가율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거품이 많이 걷힌 아파트 경매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정부의 9·10 부동산 대책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 등으로 집값이 계속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몇 차례 유찰돼 일반 급매물보다 싼값에 나온 주택이라면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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