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별 분담금 책정시 실적을 감안하지 않는 바람에 업계는 풍년이든 흉년이든 높아지는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증권 유관기관이 수수료를 낮춰가며 업계 고통을 덜어주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국내 전체 증권ㆍ선물ㆍ자산운용ㆍ투자자문사로부터 받을 감독분담금을 389억원으로 책정, 1년 만에 9.58% 늘렸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6% 남짓에 머물고 있는 정부 예산증가율 평균을 2배 가까이 웃도는 인상폭이다. 사회복지 수요 확대로 가장 높은 예산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보건복지부조차 최근 들어 10%를 겨우 늘렸다.
금감원은 분담금 인상 근거로 증권업계 외형 확대를 든다. 현행 증권업계 분담금 요율 산정 기준을 보면 총부채와 매출이 각각 60%와 40%씩 반영된다.
국내 전체 증권ㆍ선물ㆍ자산운용ㆍ투자자문사는 2011회계연도(2011.4~2012.3) 총부채와 매출이 각각 197조5187억원, 64조6931억원으로 전년보다 20.07%와 5.80%씩 늘었다.
이런 외형 증가만 감안하면 어떤 산업군 못지않게 성장세가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실에서는 수익성 악화 탓에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영업이익은 2011회계연도 3조5819억원을 기록, 1년 만에 6% 가까이 감소하면서 2200억원 이상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증시 거래대금이 사상 최저 수준인 5조원 미만까지 떨어져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담금 규모는 운영경비를 충당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된다"며 "결산 후 잉여액이 발생할 경우에도 회사별 분담비율에 따라 되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감독분담금이 해마다 인상된 반면 증권 유관기관인 거래소나 예탁결제원 수수료는 2005년 이후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인하가 단행됐다. 금융투자협회 또한 유관기관 수수료에 포함시켜 받고 있는 협회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