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아파트는 통상 매머드급 대단지이거나 초고층으로 지어지는 등 상징성이 커 지역 부동산 시장을 주도해왔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이 야심차게 지은 브랜드 아파트 단지들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침체에 그동안 유지해오던 가격 저지선이 무너지고 있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그동안 잘 버텨오던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 등 서울 서초구의 대표적 랜드마크 아파트들이 최근 하락행렬에 동참했다.
반포자이 전용 85㎡는 지난해 2월 13억9500만원, 올 1월에만 해도 14억2750만원에 거래되는 등 13억~14억원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6월 들어 11억8800만원으로 하락한 이후 현재 호가(부르는 값)는 11억원대다. 고점이던 2009년 9월 14억9000만원보다는 4억원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강북에서는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 받아온 용산구 이촌동 센트레빌 전용 100㎡의 현재 시세가 최저 8억5000만원 선이다. 이 아파트는 2008년 8월 12억9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2010년까지 12억원 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10억5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올 들어 고점보다 4억원가량 내렸다.
초고층·초고가 주상복합 대명사였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 은마아파트의 ‘굴욕’은 이미 이슈가 된 지 오래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타워팰리스는 전용 165㎡가 올 1월 18억8550만원에 거래되며 2007년 9월 고점(33억4000만원)보다 무려 15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인 도곡렉슬 전용 115㎡는 지난 5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고점이던 2006년 9월 22억5000만원보다 6억원가량 빠진 금액이다.
침체기에도 시세를 유지해오던 서울의 대표적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주택시장의 소비패턴 변화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은 투자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대형·고가 아파트 선호도가 크게 줄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지역 랜드마크 아파트들은 대부분 가격이 10억원 이상으로 비싼 데다가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며 “하락세에도 버티던 소유자들이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내놓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하향조정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