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증권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G2(미국ㆍ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극에 달하면서 사실상 자본시장 기능이 멈췄다. 확산되는 공포에 증시 거래대금은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이 여파로 주식 유통시장 기능뿐 아니라 장기 산업자본 조달을 위한 직접금융시장 기능까지 모두가 마비상태다. 증권업계 또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상경영에 들어갔으나 불어나는 적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주경제는 시름하는 증권산업에 활로를 열어주기 위한 '자본시장 살려야 경제도 산다' 시리즈를 9차례에 걸쳐 싣는다.
16일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 실적을 보면 앞서 3월 말로 끝난 2011회계연도 순이익이 2조원 남짓에 머물면서 1년 만에 20% 이상 줄어들었다. 전체 62개사 가운데 11곳이 순손실을 기록하며 5곳 가운데 1곳 꼴로 적자를 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부실 여신도 9% 가까이 늘어난 2조원에 육박했으며, 추정손실인 대손충당금은 1조원을 넘어섰다.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가 후퇴한 것이다.
새 회계연도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앞서 4~6월 1분기 증시 거래대금이 전분기 대비 26% 가까이 감소하며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본격적인 실적 추락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다. 증시 거래 감소뿐 아니라 금융상품 영업 부진이나 변동성 확대에 따른 트레이딩 손실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제살깎기식 출혈경쟁마저 심화되고 있다. 기업공개(IPO) 수요가 실종된 가운데 IPO 인수·주선 수수료는 평균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여타 유가증권 인수·주선업무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사 인수ㆍ주선 총액은 2011회계연도 들어 20% 이상 늘어난 반면 수수료 수입은 되레 13% 가까이 줄어들었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은 줄어드는, 원가를 빼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인 셈이다. 선물시장 거래량도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는 것도 현 국면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본시장 '판'을 키워라."
증권업계는 자본시장 자체를 키우려는 정책적인 의지 없이는 어떤 방안도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강요하는 바람에 주식중개업무(브로커리지) 수익성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져버렸다. 주식투자자 500만명 시대에 투자자 한 명이 1년 동안 수수료 1만원 남짓 아끼는 셈인 반면 인하조치로 날아간 증권주와 관련주 시총은 수조원이다. 정부가 되레 증권업계 '판'을 줄여버린 셈이다. 업계에 새 먹거리를 주는 것은 물론 기존 영업부문에서도 제값을 받으며 서비스 품질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