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N증권에 따르면 LG그룹의 전자 계열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실트론, 루셈 등 5개사다. 이들의 그룹내 비중은 자산 59.0%, 매출 58.1%, 순차입금 57.5%, CAPEX 60.9% 등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N증권 전자담당 연구원은 “전자 계열의 외형 비중이 매우 크지만 최근 현금 창출력 및 이익기여도가 낮아져 그룹의 재무상태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의 차입금 규모가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2년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순차입금은 지난 2009년말 대비 5.9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 비중은 전체 그룹 순차입금 비중 57.5%에 해당한다.
이 연구원은 “전자 계열사의 재무적 부담은 자체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일부 기관은 심각하게 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 그는 장기적으로 휴대폰 부문의 경쟁력과 글로벌 TV 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다. 지난해 11월 LG전자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 시장에서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시 S증권 연구원은 “3분기말 현금 보유가 2.75조원에 달하는 등 단기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증자를 실시해 목적에 대한 의문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시 증자 시점부터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지적은 LG디스플레이와의 연관성이다. 과거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고 지난해 밝힘에 따라 LG전자의 유상증자는 곧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의 자금 조달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LG디스플레이는 설비 투자를 줄여오고 있지만 더 큰 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현금 흐름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즉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사업군으로 잡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ELD)로 그룹 자금이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OELD 사업 투자가 가시화된다면 LG디스플레이 역시 투자 규모를 늘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OELD투자 규모를 얼마나 가져가느냐와 사업 성과에 따라 LG디스플레이 현금 유동성이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는 데 앞서 LG전자 유상증자가 '단서'가 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아직 OELD투자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H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OELD투자에 나선다고 한 부분은 맞지만 성공 가능성, 설비 투자 규모를 논하기 이르다”며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얼마만큼 투자를 하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