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의 여파로 올해는 상반기 수출부진과 내수시장 침체가 이어지다가 하반기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내수부문을 중심으로 경제활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행히도 상반기 예측은 현실화하고 있다. 1월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가 2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고,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 설비투자 등 지난해 4분기 실물지표들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타면서 하방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1분기에는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표의 흐름만 보면 본격적인 경기하강이 시작되고 있다.
◆ 연간 250억弗 무역수지 흑자 가능할까
우려됐던 수출부진이 현실화되면서 정부가 당초 목표로 내건 올해 25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 달성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통계'가 20억 달러 내외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2010년 1월 적자를 찍은 이후 23개월간 지속된 흑자행진에 마침표가 찍히면서 실물과 금융경제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작년 연말 밀어내기에 따른 물량 감소와 긴 설 연휴로 인한 조업단축, 고유가에 맞물린 원유 도입비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27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결과다.
일단 정부는 1월 수출부진이 선진국의 수요부진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전년 동기의 빠른 회복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평가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1월 무역수지 통계를 보면 1월의 시기적 요인은 눈에 띈다. 1월 무역수지는 2008년 40억 달러, 2009년 38억 달러, 2010년 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1년에만 예외적으로 단일건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고가 선박이 인도되는 등 조선분야 수출호조에 힘입어 25억 달러 흑자를 찍었다.
이번 1월에 선박분야 수출이 예년과 비교할 때 나쁘지 않았음에도 작년 동월 대비 41.5% 감소한 것은 바로 이러한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2-3월까지 묶어서 봐야 정상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한국무역이 가시밭길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이란발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1∼20일 만을 한정한 수출 대상국별 실적에서 우리나라의 대 유럽연합(EU) 수출은 작년 동월에 비해 무려 44.8% 감소했다. 일본(37.2%), 미국(23.3%), 아세안(22.3%), 중국(7.3%)으로의 수출 증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신흥국 시장 개척으로 험로를 뚫으며 지난해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지만 신흥국 시장을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중국 경제마저 경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 상반기 실물지표의 ‘추락’ 가능성 커
상반기 경기하강은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0.9% 떨어지면서 3개월 연속 내리막을 달렸다.
더 길게 보면 2010년 상반기 21.9%로 급등했던 광공업생산은 2010년 하반기 11.4%로 떨어졌고, 2011년 상반기에는 8.9%, 2011년 하반기에는 5.0%까지 떨어졌다.
경기둔화에 따라 기업들의 재고는 늘고 공장가동률은 떨어졌다. 재고에서 출하비율을 나눈 재고율은 지난해 12월 116.9%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1월(121.4%) 이후 가장 높았다.
12월 서비스업생산도 경기불황으로 1.6% 증가에 그쳐 작년 2월 이후 가장 낮았으며,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4분기 전체로는 전분기 대비 7.3% 감소해 내리막을 이어갔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도 12월에 전월 대비 0.1% 하락하면서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다행히 물가는 1월 들어 3.4%를 기록, 석달 만에 3%대로 안정을 찾는 모습이지만, 이란 핵문제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과 공공요금 인상러시 등으로 불안요인을 깔고 있다.
서울시는 당장 이달 말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을 150원씩 올리기로 공언했다. 서울시의 공공요금 인상만으로 물가가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