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겨울은 공연의 계절이다. 대규모 제작비와 화려한 출연진을 앞세운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이 홍수를 이룬 가운데, 불황 속 가벼워진 지갑에 고가의 공연장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대형작품의 러쉬 속에서도 묵묵히 대학로 소극장 무대를 지키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화제다.
올해 초연작인 ‘리얼버라이어티 코믹 뮤지컬 파라다이스티켓’, ‘오피스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등 다양한 장르의 탄탄한 창작 뮤지컬이 속속 등장하며 장기 공연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친근한 소재와 웃음과 감동으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대학로 창작뮤지컬을 만나보자.
◆소극장 뮤지컬의 뜨거운 인기, 친근한 소재와 다양한 장르
장기 공연을 이어가는 작품 대다수는 소극장 중심의 창작 뮤지컬이다.
2006년 초연된 소극장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데이트용 입문 뮤지컬’로 불리우며, 소극장공연의 대표작이다.
지난 9월 10차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빨래’는 서민들의 삶을 노래와 드라마로 표현, 내년 중ㆍ고교 교과서에 대본 중 일부가 등재되기로 하면서 매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 올해 초연작으로 가장 주목받은 뮤지컬로는 ‘막돼먹은 영애씨’와 ‘파라다이스 티켓’을 꼽을 수 있다.
‘오피스뮤지컬’을 표방한 ‘막돼먹은 영애씨’는 직장생활의 고충을 코믹하게 풀어내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타 뮤지컬 관객층인 20~30대 여성과 달리 중장년층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낸 코믹 뮤지컬 ‘파라다이스 티켓’도 평일 객석 점유율 90%에 달하며 장기흥행가능성을 내비쳤다.
코미디 뮤지컬 '파라다이스 티켓' 공연중 세레나데노래를 받은 황보. |
◆반짝반짝 아이디어 마케팅+신선한 이벤트
‘김종욱 찾기’와 ‘파라다이스 티켓’은 각각 인도와 하와이 호눌룰루로 떠나는 여행을 소재로 한 점을 착안, 매표소부터 공연장내외를 공항분위기로 꾸몄다.
특히 파라다이스 티켓의 공연티켓은 기존 항공티켓과 동일하게 제작, 관객들의 호응도가 높다.
신선한 아이디어 이벤트도 창작뮤지컬의 매력이다.
‘빨래’는 극 중 서점 신에서 작가 사인회를 열어, 관객들이 직접 배우 사인을 받고 사진 찍을 기회가 있다.
‘김종욱찾기’는 배우들의 숨은 ‘끼’와 개인기를 보여주는 팬미팅인 ‘훈남파티’를 시즌별로 진행중이다.
‘파라다이스 티켓’은 극중 꽃미남 청년 가수인 ‘민우’가 매회 공연 종료 후 한 여자관객을 뽑아 즉석으로 기타연주와 함께 세레나데송을 불러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최근 황보, 브아걸 제아, 배우 김혜진등이 다녀가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 타겟공략 할인율 적용
10만원을 훌쩍 넘는 대작 뮤지컬이 부담스러운 관객들에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성인 1인 기준, 3만~4만원대)이 큰 매력이다. 100~200석 규모의 아담한 극장에서 극을 접할 수 있어 나들이용 코스로 인기다. 직장인 사이에선 ‘문화 회식 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
파라다이스 티켓은 초연작으로는 이례적으로 공연 오픈 한달만에 단체관람100회를 기록했다.
또한 ‘남편의 바람’과 ‘주부의 로맨스’를 소재로 다뤄, 부부 특히 주부관객에게 인기가 높다.
‘주부’관객에게 주부특가 50%할인율을 제공한다.
◆배우도 소극장뮤지컬 무대 애정 남달라
배우들도 소극장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영화와 드라마, 각종 방송에서 활약중인 배우와 가수들역시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 무대의 매력’에 빠져 소극장 공연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최근 ‘넌센세이션’에서 첫 뮤지컬배우로 무대에 선 가수 황보는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파라다이스 티켓은 개그맨 출신 배우 김진수외에 뮤지컬에서 영화까지 그 활동영역을 넓힌 ‘전병욱’, 각종 영화와 드라마, 공연까지 아우르는 연기파 배우 ‘신현종’이 출연한다.
또한 ‘꽃섬’데뷔이후 독립영화의 히로인이라 불리우며, 최근‘돼지의 왕’ 목소리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은 김혜나, 뛰어난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았던 영화 ‘꼭 껴안고 눈물 핑’과 독특한 발상으로 관심을 모은 영화 ‘로맨스 조’의 신동미가 출연한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오리지널 영애 ‘김현숙’과 원준’최원준’이 출연하여, 드라마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소극장 장기 흥행 힘은?
대극장 객석의 10분의1 수준인 소극장 작품이 장기 흥행하는 힘은 무엇일까.
뮤지컬의 한 관계자는 “소극장의 공간 특성상 관객과 배우의 교감이 크고, 덕분에 극의 사실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면서
“부담없는 가격에 친근한 소재,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깨알같은 웃음코드와 재미가 소극장공연을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수입이나 번안 작품이 아닌, 우리 현실에 맞는 창작품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 평론가는 “롱런 작품들의 공통점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과 웃음 포인트를 잘 버무린 선물세트라는 점” 이라며 탄탄한 줄거리, 강한 호소력, 파워풀한 노래를 흥행 삼박자로 꼽았다.
장기공연의 대표작인 ‘김종욱찾기’와 ‘오,당신이 잠든 사이’, ‘빨래’에 이어, 올해 초연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호평받은 ‘파라다이스 티켓’과 ‘막돼먹은 영애씨’ 가 장기공연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02)633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