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 김기남·최태복 당 비서,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군 총참모장,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 제1부부장 등 7인과 영구차를 직접 호위하며 인민군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김 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한 이들 8명을 북한의 새 지도부 권력핵심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이 장 부위원장 등 7명과 함께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고 국정 전반을 운영해갈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장 부위원장과 군부 핵심으로 이뤄진 집단지도체제가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명목적 권력서열 뛰어넘은 장성택 = 김 부위원장의 바로 뒤에 선 3인방은 모두 당내 요직을 가진 실세다. 이 중 주목되는 이가 김 부위원장의 고모부 장 부위원장이다.
그는 김 부위원장의 바로 뒤에서 영구차를 호위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이끌었던 김 부위원장의 후견인답게 새 지도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사실상의 2인자임을 과시했다.
장 부위원장의 이날 모습은 국정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김 부위원장이 국정을 장악하고 원만히 운영하도록 김정은 체제를 섭정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했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 부위원장인 그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의 모습까지 공개돼 시선을 끌었다.
장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와병 이후부터 사망 이전까지 줄곧 김 위원장의 국정운영을 곁에서 보좌하며 사실상 국정을 대리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선전선동 귀재’ 김기남 = 장 부위원장 뒤에 선 김기남 당비서도 눈여겨봐야 할 인물이다.
김 당비서는 김정일 후계체제는 물론 김정은 후계구축까지 우상화 작업을 지휘해온 ‘선전선동의 귀재’로 나치 독일의 선전부장이던 괴벨스에 비견된다.
이미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 직후 김 부위원장에 대해 `당과 군대의 최고영도자‘ `21세기 태양’ `어버이‘ 등 김일성·김정일급 호칭들을 연일 쏟아내며 `영도자=김정은’이라는 홍보와 충성유도에 매진하고 있다. 김 당비서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 경륜이라고는 겨우 3년간의 후계수업을 받은 데 불과한 김정은 체제를 하루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는 북한의 새 지도부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김 당비서는 또 김 부위원장의 어머니 고영희 생전에 부부동반으로 김 위원장 자택을 자주 드나드는 등의 인연으로 김 부위원장과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체제 외교수장 유력 최태복 = 최태복 국제 담당 당비서는 향후 김정은 체제의 외교를 이끌 수장으로 꼽힌다.
최 당 비서는 2010년 9월 당대표자회 직후 중국을 방문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택한 회의 결과를 중국 지도부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부상은 새 체제가 빠른 안정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의 외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새 지도자 최측근 우동측 = 영구차 호위 인물 중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다. 그의 등장이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김 부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으로 꼽힌다.
김 부위원장은 후계자 내정 이후 보위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고, 우 제1부부장 등 보위부 수뇌부는 김 부위원장에게 충성을 다짐하며 그의 이복형 김정남 세력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주민 감시와 처형으로 고위층 사이에서 원성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의 보위부장은 김정은 대장동지” “김정은 동지는 우리의 영원한 보위부장”이라며 전 보위원에게 김 부위원장을 ‘우리 부장동지’ 등으로 부르도록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남쪽에서는 한때 김 부위원장이 보위부장을 맡았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는 특히 보위부를 관장하는 장 부위원장을 외면한 채 ‘김정은의 보위부’를 만드는 데 앞장섰고, 김 부위원장의 신임을 얻어 대장계급 칭호를 받은 데 이어 국방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도 꿰찼다.
류경 보위부 부부장이 장 부위원장에 의해 처형된 이후 우 제1부부장 등 보위부 수뇌부의 외줄타기 행보는 줄어들었지만, 향후 권력암투 개연성은 배제할 수 없다.
◇리영호 등 군부 3인방 = 김 부위원장 건너편에서 우 제1부부장을 제외한 군부 3인방이 영구차를 호위했다는 것은 군부가 김정은 체제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으며 `선군노선‘을 주도할 것임을 보여준다.
핵심인물은 역시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다.
작년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그는 김 위원장 사망 이전까지 당 중앙군사위 업무 전반을 관장하면서 김 부위원장의 ’군 수업‘을 보좌했다.
사실 그는 김정일의 최측근은 아니었다. 그는 장 부위원장에 의해 군 총참모장에 이어 군 차수, 정치국 상무위원 등 군부 2인자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장성택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장 부위원장의 최측근이었지만 군부 2인자가 된 이후 김정은과 장성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인민군 작전국장과 총참모장을 역임했다. 김 위원장의 와병 직후 군 무력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다.
김 부장은 주로 작전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군 내에서 김정은 지휘체계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각 제1부국장은 국장이 공석인 총정치국의 수장으로, 인민군내 정치사상 업무를 총괄하는 동시에 군내 인사도 관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김 부위원장의 ’군심 잡기‘를 보좌하면서 군부내에 김 부위원장의 인맥을 심고 우상화하는 데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는 김 부위원장의 입김으로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임명에 깊이 관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들 군부 4인방은 김 위원장의 와병 과정에서 김정은 후계체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장성택을 견제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 성패는 이들이 얼마나 협조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