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유럽 국가들은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중국은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면서 경기 부양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브라질 등 브릭스(BRICs)에까지 선진국발 위기가 전이되면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풀이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5일 주요 글로벌 은행 6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37개 은행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이런 조치는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 경제분석팀 부장은 "S&P가 올해 안으로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벨기에의 국가 신용등급을 2단계 강등했다. 프랑스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독일에 비해 많아 신용등급 강등을 당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크다"며 "강등이 현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EFSF의 신뢰도가 떨어지며 신용등급 조정이 늦어지면 강등위기에 노출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둔화 전망도 불안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12~14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전면적인 경기부양 기조로의 전환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국무원 직속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이달 초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8.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과학원은 올해 GDP 성장률이 전년보다 1.2%포인트 낮은 9.2% 안팎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유럽 수출 증가율은 내년 1분기에 한자릿수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중국은 대내 경제 상황과 대외변수를 주시하는 가운데 미세조정 카드인 지급준비율 인하와 대출구조 변화를 통해 국내 경기 감속에 대응할 것”이라며 “그러나 내년 춘절(1월23일) 이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출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소매판매나 투자지표의 감속이 후행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정부가 지금보다 더 큰 경기부양 압력에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위기는 신흥국으로도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릭스 가운데 자원 수출국인 러시아와 브라질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럽의 수요 감소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또다시 급격한 수출 위축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원유와 원자재의 유럽 수출비중이 높아 유로존이 흔들리면서 그대로 충격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4%대 후반에서 초반으로 조정됐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의 3분기 GDP가 1조5천억헤알로 지난 분기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특히 산업부문에서는 농축산업 3.2% 성장을 제외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인도의 3분기 GDP 성장률은 6.9%로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선진국발 위기가 신흥국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고 있다”며 “선진국들의 위기가 안 풀리고 장기화할 경우에는 충격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