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능력에 의문 제기... 민영화 KT에 정부입김 여전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임기 내 소임을 다 하는데 전념하겠다"
올 하반기 들어 가진 수차례 기자 간담회에서 KT 이석채 회장이 손사래를 내 저으며 항상 같은 투로 내 뱉은 말이다.
대체 어떤 질문에서 일까.
바로 연임에 관해서다. 이 회장의 현 임기는 내년 1분기 주주총회 때 까지다
이 회장은 스스로 연임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인 톤을 풍겨, 이 회장은 이번 임기를 끝내고 바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 중심에 쏠렸다.
그러던 이석채 회장의 행동이 확 돌변했다.
이 회장이 연임을 위해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도 아주 숨가쁘게.
KT는 15일 정기이사회를 갖고 차기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차기 CEO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 전원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되며 사내이사로는 표현명 사장이 위원으로 결정됐다.
그동안의 업적을 평가한 후 이 회장에게 연임 여부를 묻게 되며 이 회장이 수락할 경우 연임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돌발 변수가 없는 이 회장의 연임은 확정적인 분위기다.
사실 이런 수순은 이 회장이 조심스럽게 준비한 것이라는 게 KT 안팎에서 흘러 나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 기간에 민주당 최종원 의원을 술 접대해 물의을 일으킨 조 모 전무를 이달 초 갑작스레 내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게다가 대외협력(CR)부문을 관장하던 석호익 부회장이 지난 9월 회사를 떠난 것도 이 회장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일각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당장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주파수 경매에서 1.8 기가(㎓) 대역을 확보하지 못 했을 뿐더러, 2세대(2G) 가입자 강제 탈퇴유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류션(LTE) 서비스에 나서지 못해, 이통시장에서 3등으로 밀려 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형국이다.
지난 14일 KT 새 노조가 이석채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배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새 노조는 "이석채 회장 KT를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책임을 통감하고,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또 있다.
민영화된 지 이미 오래인 KT의 CEO 인사를 정부가 아직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재정경제원 차관에다 정보통신부 장관까지 지냈고, 이른바 'MB진영'의 핵심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KT CEO 자리는 정권의 입김이 작용되는 듯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실적 평가를 통해 최적의 인물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