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애플의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기각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미국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법원에서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가 애플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인지 분명치 않다”면서 "재판 과정에서 애플이 태블릿 디자인 특허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 4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모방했다며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고 판사는 이날 세 개의 스마트폰과 갤럭시탭 10.1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에서 "애플이 삼성전자가 태블릿 관련 특허를 침해한 것을 입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가 제기하는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반론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고 판사는 판결했다.

애플은 앞으로 특허 본안소송 재판 과정에서 특허 침해와 동시에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 변호사협회 디자인권리위원회 회장인 크리스토퍼 카라니는 지적재산권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발간되는 지난 10월 28일자 저널에서 루시 고 연방 판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릴 것을 예견했다.

카라니는 고 판사가 지난 10월 13일 심리에서 1994년 제품인 나이트 리더 태블릿을 예로 들면서 애플의 디자인 특허에 대해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전하면서 애플이 갤럭시 태블릿의 판매를 미국에서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특허 소송과정에서 나이트 리더를 사례로 들면서 태블릿의 개념이 이전부터 존재하던 일반적인 디자인 개념이라며 애플의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 법원에서 애플의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과 특허 본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에는 호주 법원도 시드니에서 세명의 판사가 배석한 항소심에서 갤럭시탭 10.1에 대한 판매금지 결정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호주 법원은 갤럭시탭이 애플의 터치스크린 특허를 침해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이대로 판결이 이루어질 경우 애플에 승산이 없다면서 1심에서 특허 소송에 대한 판단이 판금 결정을 내릴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확실하게 잘못됐다고 밝혔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서는 판매금지 결정에 대한 삼성전자의 항소가 연달아 기각됐었다.

반격에 나선 삼성전자는 3세대(3G) 통신특허 침해를 이유로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일본에서 애플의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대륙간에 결정이 엇갈리는 것은 독일에서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판결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특허의 유효성을 강조하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애플은 호주에서의 가처분 결정 번복에 대해 고등법원에 항소해 갤럭시탭 10.1의 판매금지가 9일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호주에서의 삼성전자 갤럭시탭 판매금지 결정에 대한 번복에 이어 미국에서도 애플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특허 소송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