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3개월…효과 얼마나

2011-10-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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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강규혁·홍성환 기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3개월이 흐른 가운데 그 성과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한편 유럽산 수입제품의 가격인하 효과도 예상보다 낮다는 평가다. 또 최대 수혜업종인 자동차산업도 한EU FTA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한EU 간 수출입에서 나타난 움직임은 다소 예외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

지난 7월은 한EU FTA가 발효된 첫 달일 뿐 아니라 한국이 EU와의 교역에서 최초로 월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달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7월 대EU 수출은 42억1500만 달러로 지난해 49억8100만 달러보다 15.4% 줄었다. 반면 수입은 같은 기간 32억2900만 달러에서 44억1400만 달러로 36.7% 증가했다. 1억9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8월에는 소폭의 흑자(9400만 달러)로 돌아섰다. 8월 대EU 수출은 41억9900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인 37억5100만 달러보다 12.0% 늘었다. 수입은 같은 기간 35억600만 달러에서 41억500만 달러로 17.1 증가했다.

결국 한EU FTA 발효 이후 7~8월 무역수지는 1억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9억97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9월 역시 약 8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명품·농축산물 가격하락도 기대치보다 낮아

한EU FTA 발효 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핸드백과 신발, 의류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5.6% 인하했고 샤넬도 주요제품의 가격을 평균 5% 내리는 데 그쳤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FTA에 따라 의류와 신발의 경우 13%, 가죽 및 피혁제품·귀금속에 붙는 8% 관세 철폐를 기대했다.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샤넬의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의 경우 지난 5월 기준 가격이 570만원,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에스트렐라 라지’는 210만원이다.

관세 철폐율의 일부인 5%가 인하됐다고 가정했을 경우 두 제품의 가격은 각각 550만원 대, 200만원 대가 돼야지만 매장에서의 판매가격은 차이가 나고 있다.

또 이마트는 현재 벨기에산 돼지고기를 100g당 980원에 팔고 있다. 한EU FTA가 발효되기 직전인 6월 돼지고기 값은 프랑스산이 100g에 1080원이었다. 3달 사이 9.26% 값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FTA효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6월 프랑스에서 수입할 때는 중간에 업체 끼고 수입한 반면 현재 벨기에산 수입은 회사가 직수입을 하고 있다”며 “FTA 효과보다는 물류비 절감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전했다.

◆車업계, 한-EU FTA 효과 '글쎄'

한EU FTA 효과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자동차업계의 실적은 어떨까.

대략적인 수치상으로 분명 효과가 있어 보인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발표에 따르면 한국차(현대ㆍ기아)의 지난 7~8월 판매량은 9만8508대로 전년동기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점유율도 지난 8월 역대 최대인 5.9%를 넘어섰다.

유럽 등지의 수출이 늘며 한EU FTA 발효 시점부터 3개월(7~9월) 동안 국산차의 총 글로벌 수출대수도 73만5000여 대로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상당 부분 ‘착시’ 효과로, 실제로 수치를 뜯어보면 한EU FTA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하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내수 프리미엄 시장 잠식으로 인한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산차 전체 수출을 보면 전년동기대비로는 늘어난 10% 선이지만 이전의 증가량에는 못 미치고 있다. 실제 전월비로는 7월 -12.3%, 8월 -17.7%로 매월 하향 추세에 있다가 9월 들어서야 15.5% 늘어난 25만대를 수출했다.

EU국과의 관세가 즉시 철폐,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부품업계의 수출 역시 7월에는 22억7000만 달러로 전월비 18.9% 늘었다. 하지만 8월에는 다시 13.7% 감소하고, 9월은 6.9%로 늘어나는데 그치며 20억 달러 전후의 수출액에서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관적 전망 아직 이르다"

한편 이같은 비관적 전망은 다소 섣부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관찰 시점을 2010년까지 확대하고 EU뿐 아니라 전세계와의 교역 변화를 함께 고려하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EU 수출증가율의 마이너스 전환은 2011년 6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인도 FTA 체결 때문이라기보다는 2010년 6·7월의 대EU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42.1~42.2%나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급격히 악화된 EU 경제상황이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개월 간 한EU 간 수출입에서 나타난 움직임은 일상적이고 중장기적인 구조변화의 시작이라기보다는 다소 예외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EU와의 교역을 주도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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