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명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져 이른바 '레드오션'을 형성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정반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향후 10년안에 15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보이는 퇴직연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토니 윌키(Tony Wilky) PCA그룹 아시아본부 보험부문 사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생보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회장은 한국을 아시아 핵심 전략시장이라며 "아시아 보험 시장은 지속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 생보업계 진입을 희망하는 보험사가 많아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 가격만 합리적이면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시장에서 사업확대 의지를 밝히거나 신규 진출을 표명한 사례는 올해 들어 부쩍 많아졌다.
브라이언 그린버그 한국 에이스생명 사장은 한국 뉴욕생명 인수 후 "5년 안에 1300명 규모인 설계사 조직을 3000~5000명 규모로 키우겠다"고 말했고, 라이나생명은 2012년까지 부산에 500석 규모의 컨택센터를 만드는 내용의 '컨택센터 신규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캐나다 최대 보험사인 매뉴라이프(Manulife)그룹은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의 보험사를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은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중간 단계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가 오면서 외국계 생보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화하는 한국 금융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 생보사는 퇴직연금 상품의 노하우가 많아 소비자입장에서는 여러 보험상품 선택이 가능해 긍정적"이라며 "퇴직연금 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15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계 생보사의 한국 진출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외국계 생보사들이 영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분쟁을 야기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2011년 상반기 중 금융상담 및 민원 동향'에 따르면 '보유계약 10만건 당 발생한 민원건수' 상위권을 에이스생명(82.6·1위), PCA생명(32.8·2위), ING생명(25.6·5위) 등이 차지했다.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국내 3대 생보사 민원지수(각 8.8, 10.0, 11.2)보다 7~9배가량 높다.
라이나생명(3.8), 푸르덴셜생명(6.4), AIA생명(6.5) 등은 민원지수 하위 1~3위에 오르긴 했지만 한국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당수 외국계 보험사는 영업과 정착에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