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압박에 국내 은행 "내륙으로"… 현지 은행과 진검승부 불가피

2011-08-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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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중서부 내륙 지역으로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동부 연안 지역의 점포 개설을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신규 점포를 내륙에 개설토록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륙 지역은 국내 은행의 주요 고객인 한국 기업 및 교민이 많지 않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중서부 지역이 국내 은행의 새로운 영업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오는 10월 중 후난성 창사에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중국법인도 연내 쓰촨성 청두에 점포를 개설키로 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중서부 지역은 소비자의 구매력이 낮고 물류 여건도 열악해 한국 기업들이 진출을 꺼려 왔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에 주력해 왔던 국내 은행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의 신규 점포 개설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은행관리감독위원회(은감회)는 동부와 중서부 지역을 패키지로 묶어 점포 개설을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서부 지역에 점포를 개설해야 동부 지역 점포 개설 인가를 내주는 식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산둥성 웨이하이에 진출하는 댓가로 쓰촨성 청두에 점포를 신설키로 했다.

또 신한은행도 후난성 창사에 점포를 개설하면서 광둥성에 추가 지점을 낼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 중국법인 관계자는 “동부 연안에 외국계 은행 수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인허가 통제를 하고 있다”며 “청두에 점포를 낸 것도 웨이하이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중서부 지역의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외국계 은행의 인지도가 낮아 현지 은행과 경쟁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신한은행이 새로 진출한 후난성 창사의 경우 외국계 은행은 씨티은행 등 2곳에 불과하다.

성국제 신한은행 중국법인장은 “후난성은 상대적으로 광공업이 발전돼 있고 성장 가능성도 커 중서지역 공략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한국 기업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중국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중서부 지역에서 실패할 경우 향후 중국시장 공략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국내 은행들도 이 같은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상하이에서 고객 친화적 마케팅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중국 내 영업통을 신설되는 창사분행장으로 임명하는 등 영업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 법인장은 “중국에서 성공하면 해외시장에서 이기는 것이며 중국에서 실패하면 해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각오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면서 “힘든 상황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금융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탈피해 농촌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등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윤병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중국 정부가 농촌 등 지방 금융기관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들 지역에 진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에 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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