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미 국제상품거래소(ICE)가 내는 달러인덱스가 달러화의 국제 가치 척도라는 데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스위스프랑·크로네화 등 6개 통화에 대한 거래가중평균을 반영한다. 하지만 최근 12년간 기준 조정이 없어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달러인덱스의 기준이 되는 통화 바스켓을 문제삼고 있다. 달러인덱스에는 스웨덴 크로네화가 포함된 반면,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최근 국제적인 위상을 부쩍 높이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는 들어 있지 않다.
달러인덱스는 유로·달러 환율 판박이?…최근 1년간 달러인덱스(검은색)-유로·달러 환율 등락률(출처: WSJ) |
일례로 지난 18일 유로·달러 환율이 0.65% 내리자, 달러인덱스도 비슷한 수준인 0.76% 올랐다. 유로·달러 환율은 '1유로당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환율이 내렸다는 것은 달러화 가치가 뛰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같은날 달러화 가치는 캐나다 달러화에 대해 0.98% 올랐고, 호주달러와 스위스프랑화에 대해서는 각각 1.55%, 0.52% 상승했다. 반면 엔과 위안화에 대해서는 0.04%, 0.05%씩 내렸다.
이에 대해 레베카 페터슨 JP모건어셋매니지먼트 최고 투자전략가는 "달러인덱스의 부정확성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외환 컨설팅업체인 엘러멘티컨설팅의 필립 과리노 사장은 "달러인덱스 산출 공식의 왜곡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달러인덱스는 달러화 가치에 대한 간단한 요약이지만, 틀린 정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인덱스가 시장을 왜곡하게 된 것은 신흥국이 급부상하는 등 최근 40년 새 일어난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ICE는 달러화 가치의 척도로서 달러인덱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이 맥켄지 ICE 미국 마케팅·영업 부문 부사장은 "완벽한 벤치마크는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그나마 달러인덱스는 단연 최고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수 산출 과정의 투명성과 실시간으로 시장을 반영하는 동시성은 달러인덱스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ICE는 수수료를 받고 달러인덱스를 기반으로 한 달러선물 계약을 중개하고 있는데, 맥켄지는 달러선물 거래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 역시 달러인덱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3~4년 사이 ICE의 달러선물 거래는 하루 6000건에서 4만건으로 늘었다.
WSJ도 자사의 모회사인 다우존스가 올 초 선보인 다우존스FXC달러인덱스 등 경쟁 지수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달러인덱스의 기반이 워낙 두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닉 베넨브뢱 웰스파고 외환 투자전략 담당은 일부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달러인덱스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들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여전히 유용한 지표"라고 말했다.